나에게 책이란 곧 사람이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둘러보라. 예외없이 사람이 쓴거다. 그 책을 쓴 이가 사람일진대 그 책이 그 사람을 넘어서서 존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그 사람만큼 그 책인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다. 아니 좀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책이란 형태로 압축파일된 그 사람을 통째로 먹는거다. 물론 저마다 압축파일을 푸는 방식이 다르기에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이 같을 순 없다. 자기 만큼, 자기 안에 담긴 레퍼런스 만큼만 그 압축파일을 풀 수 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책을 먹고 자라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삼키고 영혼으로 먹는거다. 나와 다른 그 누군가의 숨결과 생각과 영혼이 담긴 책을 먹음으로써 사람은 자란다. 그리고 스스로도 그렇게 먹고 자라 그 자신이 책이 되어 또 다시 누군가에게 자신만의 생각의 살점과 영혼이 담긴 피와 실패의 비계마저 먹히며 그를 자라게 한다. 인류가 거대한 생각의 공생체일 수 있었던 까닭은, 그래서 이만큼 진화하고 지탱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씨줄 날줄을 그어가며 서로의 생각을 먹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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