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버림받은' 남자의 뒤틀린 內面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입력 : 2013.09.28 03:03

    파도가 거센 검푸른 밤바다에 연인 한 쌍을 태운 쪽배가 위태롭게 떠다닌다. 넓은 붓으로 거칠게 그린 곡선들이 화면 위에 어지러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어두운 색채 중간중간에는 흰색과 초록색이 마치 섬광처럼 박혀 있어 폭풍우의 기세를 전해준다. 옆모습이 아름다운 여인은 이 와중에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었고, 옆에 누운 남자만 온몸에 힘을 준 채 퀭한 눈을 부릅뜨고 허공을 쏘아본다. 부드럽고 풍만한 여체와 비교하니, 깡마르고 뒤틀린 남자의 몰골이 더욱 초췌해 뵌다. '바람의 신부'는 세기의 전환기에 빈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표현주의 화가, 오스카어 코코슈카(Oskar Kokoschka·1886~1980)가 그린 자신과 연인 알마 말러의 초상이다.

    
	오스카어 코코슈카, 바람의 신부, 1913~14년, 캔버스에 유채, 181×220㎝, 스위스 바젤 미술관 소장.
    오스카어 코코슈카, 바람의 신부, 1913~14년, 캔버스에 유채, 181×220㎝, 스위스 바젤 미술관 소장.
    알마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이었다. 유능한 작곡가이면서 동시에 빼어난 미인이었던 그녀는 이미 많은 유명인과 숱한 스캔들을 뿌렸고, 말러가 세상을 뜬 직후부터 코코슈카와 온 빈이 떠들썩하도록 그야말로 폭풍 같은 연애를 했다. 하지만 그림에서처럼 그는 그녀가 혹 바람처럼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늘 불안해했고, 알마는 그의 심한 집착을 견디지 못했다. 그러던 중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코코슈카가 징집되어 참전한 사이, 알마는 훗날 바우하우스의 초대 원장이 되는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재혼했다. 그 뒤로 코코슈카는 알마와 크기가 똑같은 인형을 만들어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하녀를 붙여주고 파티를 열어주기까지 했다.

    코코슈카는 "그림이란 눈에 보이는 3차원 세계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4차원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의 정신세계야말로 '4차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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