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란 기대와 믿음을 가지면 결국 그 사람이 기대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성취하도록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지중해의 키프로스 섬에 독신자인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살고있었는데,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던 그는 사랑에 대해서는 체념한 채 조각에만 정열을 바쳤다. 자신도 언젠가는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심혈을 기울여 상아로 여인의 나체상을 조각했다. 그 조각은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여인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여인상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터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 마을에서 자신의 소원을 비는 축제가 벌어졌는데, 피그말리온은 신에게 그 여인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내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놀란 피그말리온이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자 조각상에서 점점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며 사람으로 변했다. 피그말리온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인 신이 그 조각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조각상이 살아있는 여인으로 변하자 피그말리온은 그녀와 결혼을 했다. 이 신화의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자기충족적 예언을 피그말리온(Pygmalion) 효과라고도 한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았다. 그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하였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고,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 연구 결과는 교사가 학생에게 거는 기대가 실제로 학생의 성적 향상에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평균적 인간육성에 있는 것이라기보다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학생들 개개인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 주는데 있다. 교육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정성을 쏟으면 쏟는 만큼의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이다.

 

이 피그말리온 효과는 가정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얼마 전 서울대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습효율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부모의 신뢰가 자녀의 성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의 58%가 부모의 신뢰를 주요인으로 꼽아, 부모의 긍정적인 기대가 자녀의 학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부모가 자녀의 생각을 이해해주고 자녀의 능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기대를 할 때 학습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충족적 예언에는 플라세보(Placebo, 僞藥)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플라세보란, 어떤 약 속에 특정한 유효 성분이 들어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환자에게 투여하는 위약을 뜻하는 것이다. 플라세보의 어원은 라틴어로 `만족시키는` 또는 `즐겁게 하는`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고대로부터 상당한 플라세보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은 병이 생기면 부족의 무당을 찾아가 처방을 받았다. 이때 샤먼은 잡신을 쫓는 굿을 하거나 약초를 만들어 주곤 했는데 이때 사용된 약초가 대부분 위약이었다. 오랫동안 무당들은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는 것이 약이 아니라, 병이 치유된다는 믿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늘날까지 의료행위에 사용되고 있으며 플라세보 효과의 유효율이 약 30%에 이른다고 한다. 이 효과를 판별하기 위한 방법을 二重盲檢法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와 처방을 받는 환자모두에게 이 약이 플라세보, 즉 위약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고 제 3자가 그 결과를 지켜본다고 한다.

 

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소화제를 수면제로 위장하여 주면 그 약을 먹은 환자는 이내 편안하게 잠든다고 한다. 또한 열이 나는 환자에게 증류수를 해열제로 위장하여 의사가 직접 주사하면 많은 경우 실제로 열이 내린다고 한다. 또한 담석증 수술을 받아야 할 어느 마음 약한 여인은 자기의 배에 칼을 댄다는 사실을 심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수술 준비를 위하여 수술대 위에 눕혀 놓고 차가운 알코올로 배를 소독하자, 그녀는 자기의 배에 수술칼을 대는 것으로 착각하고 쇼크사했다고 한다.

 

어느 여인은 살충제를 먹고 자살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죽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마신 액체는 살충제가 아닌 독이 없는 다른 액체로 확인되었다. 그녀가 마신 액체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녀는 살충제를 먹었다는 심적인 충격 때문에 죽은 것이다.

 

또한 직원 한 사람이 냉동차 속에서 일하다가 문이 닫혀 갇히게 되었다. 얼마 후 다른 직원이 냉동차의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죽어 있었다. 그런데 그 냉동차는 고장이 나서 내부의 온도가 섭씨 13도였고,  산소도 충분히 있었다. 이렇듯 인간의 오묘한 육체는 마음과 정신의 지배아래서 살아가고있다. 플라세보 효과는 이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충족적 예언에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플라세보 효과의 유형이 있을 수 있다. 兩者는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행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점을 구분한다면, 前者는 의식적으로 진행하고 대상이 타인이지만, 後者는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며 대상이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우리들이 평소에 많이 쓰는 말 중에서, 至誠이면 感天이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반드시 해내고 만다, 하면 된다 등의 기대와 믿음의 표현이 있듯이, 강한 의지로 노력하게 되어 결국 좋은 성과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인간이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여러 생각의 에너지들은, 단지 정신세계의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힘이 아니라 현실에서 항상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국내외 정치인들이 실현 모호한 선거공약과 정책목표를 내세우거나 합리적인 대안도 없이 일을 저질러놓고서 자신의 방향이 옳다고 우기는 등 자기충족적 예언을 남발하여, 그 효율성을 떨어뜨리거나 역효과를 나타내보이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자기충족적 예언을 악용하여, 불합리한 기대를 가지게끔 하거나 신뢰를 과대 포장하는 등 인기 얻는 일에만 급급한 우리사회의 지도층과 리더들을 선별하고 경계할 줄 아는 지혜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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