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스토리텔링의 유희적 속성에 대한 사유

 

 

↑↑ 공명수 대진대 영문과 교수, 본지 칼럼위원

ⓒ (주)포천신문사

요즘 지역에 감성적 스토리를 부여해 관광객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특정한 지역에 스토리를 창조해 내는 지역스토리텔링은 관광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시켜 마음의 점유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스토리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지역인의 마음의 문을 열어 지역에 대한 새로운 변화와 아이디어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촉매작용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비통계적이고 비과학적으로 여겨지는 스토리텔링이 지역의 홍보와 마케팅에 유용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일상 속에서 끝없이 스토리를 갈망하는 인간 개개인의 감성적 속성에 대한 고려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감성적 요소들이 관광객들의 마음속에 쉽게 파고 들어가 그들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그들이 몸담은 지역을 재창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하워드 가드너는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가 작동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작동을 한다”고 말한다. 이는 지역명소나 상품브랜드에 담긴 특별한 감성적인 스토리가 그저 경관만 아름다운 지역보다 혹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뛰어난 상품보다 관광객이나 소비자에게 더욱 흥미 있고 가치 있는 대상으로 인지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고유하고 신비스런 이야기가 있는 지역이나 상품이 관광객과 소비자에게 뭔가 차별화 된 지역명소나 명품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래 스토리텔링은 어문학용어로서 말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을 말한다. 미국영어교사위원회는 스토리텔링을 “음성과 행위를 통해 청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듣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청자 간의 쌍방향 간에 소통과정이 중시된다. 이는 셜리 레인즈가 “청자가 화자의 이야기에 참여하는 이벤트다”는 설명을 통해 압축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말하기(tell)+현재적 상호작용(-ing)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말이다. 스토리텔링은 ‘사건이나 사실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가 아니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미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며, 사건과 사물에 대한 물리적 속성이나 사실에 대한 보도가 아닌 사물이나 인물이 가져다주는 개인적 의미로서의 특별한 이야기와 기억의 창조이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방법에는 이야기 내용물인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말하는 방법이 좋아야 하며, 현재적 의미에서 누군가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매개체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포천의 역사와 문화, 스토리텔링화에 노력해야

사실 지역스토리텔링은 후기산업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지역개발의 폐해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지역의 표현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스토리텔링은 국가와 국가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를 창조하는 일이고, 첨단화되고 있는 디지털 정보화 사회 속에서 아날로그적 느림보 이야기를 모색하는 작업이며, 사실(fact) 속에서 허구(fiction)를 각색하는 팩션(faction) 작업이며, 그리고 논리 정연한 언어의 유희 속에서 구수하고 끈적끈적한 <선데이 서울>식의 키치 이야기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

지역스토리텔링은 어떤 사건에 대한 진실이나 사실성을 객관적으로 보도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 환경 등의 고유한 소재를 활용하여 그 지역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지역특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다변화 하고 있는 관광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감성에 어필할 수 있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로 꾸며진 새로운 관광개념의 네오투어리즘과 다름없다.

그런데 지역스토리텔링은 사실과 허구의 유희적 경계 넘기를 끝없이 반복하는 참으로 묘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지역스토리텔링 수요자들은 한순간 허구적이고 신비스런 이야기를 갈망하면서도 다른 한순간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욕망한다. 반대로 이들은 한순간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욕망하면서도 다른 한 순간 허구적이고 신비스런 이야기를 갈망한다. 이 같은 끝없는 유희 속에서 지역의 스토리가 특정한 이미지로 확대 재생산되고, 관광객들은 스토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소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짝퉁과 명품이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관광객들은 특정한 지역의 이미지가 채색되어 있는 기호를 소비하면서 저마다 삶의 행복과 불행을 경험하게 된다. 관광객들이 끝없이 유희를 거듭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이러한 기호를 소유하느냐 소유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쁨과 슬픔, 혹은 행복과 불행의 광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관광객들에게 남이섬이 지니는 의미나 동남아 한류 팬들에게 있어 K-Pop이 갖는 의미와 같다. 이들에게 남이섬과 K-Pop은 명품 브랜드처럼 하나의 기호와 다름없다. 이들이 남이섬과 K-Pop을 소유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과정에서 혹은 삶의 과정에서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그리고 적응과 소외가 결정된다고 하겠다.

포천은 농촌과 도시, 토착인과 외부인, 야생자연과 가공된 문화가 접변하고 있는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다. 원래 접변지역이나 경계지역에는 지역스토리텔링의 소재가 풍부하기 마련이다. 포천도 마찬가지다. 포천의 곳곳을 살펴보면 저마다 지역에 얽힌 사연들이 무한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포천의 역사와 문화 경관 속에 흐르고 있는 이질적이면서도 동질적인 사연들을 철저하게 발굴하여 스토리텔링화 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공명수 / 대진대 영문학과 교수, 교육대학원장, 교육연수원장, 본지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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