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평전을 읽었겠죠.

"물론이죠."

―그를 존경합니까.

"아니요. 나는 존경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좋아하고, 부러워하고, 멋있다고 생각하죠, 스티브 잡스는. 출판사에서 스티브 잡스 평전을 읽고 한 줄로 써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쓴 게 '그는 천재가 아니다. 집요할 뿐이다'예요. 그의 집요함이 뭔가를 만들어 냈죠. 나는 늘 '세상은 천재들로 가득하다'고 말해요. 다만 그들이 천재임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관이 어디 있는지 찾아 폭발시켜야 하죠. 'Be Yourself'가 돼야 하는 거예요. 누가 자신의 뇌관을 집요하게 놓치지 않고 가느냐 하는 문제예요. 스티브 잡스가 그런 사람이었죠."

―스티브 잡스는 천재보다 괴짜 쪽인 것 같은데요.

"맞아요. 괴팍한 사람이죠. 나는 그의 '현실왜곡장'을 이해해요. 나한테도 그런 면이 있거든요. 뭔가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나의 판단을 완전히 주관화해서 밀고 나가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추진력이 안 생겨요. 집사람이 '애 그렇게 키워서 책임질 수 있어?' 했을 때, '책임질게'라고 했던 것, 광고 시안이 여러 개 있고 광고주와 의견이 다를 때 'A안으로 하시죠'가 아니라 'A안이 맞습니다. 이걸로 가야 해요'라고 밀어붙이죠. 리더에겐 그런 현실왜곡장이 필요해요. 특히 광고처럼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겐 꼭 필요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 중 어떤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까.

"비틀스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회의할 때도 그 이야기를 자주 해요(스티브 잡스는 비틀스가 노래를 녹음하며 수없이 수정하는 것을 설명하며 '그들도 그저 보통사람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대단한 완벽주의자여서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쳤다. 나는 여기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평전은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완결형 제품이에요. 자기가 죽으면 다들 자기 이야기를 쓸 텐데, '너희가 뭘 안다고 나에 대해서 써?' 하면서 월터 아이작슨을 작가로 부른 것이죠."

박웅현은 스스로의 표현대로 '육식동물'처럼 일하면서도 일상(日常)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그가 만든 광고들과 그가 쓴 에세이에 그 가치가 무심히, 그러나 켜켜이 배어 있다. 그의 사무실 한쪽에 그가 손으로 써붙인 김사인의 시 '조용한 일'이 있었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그는 "광고를 작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광고를 명작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한국 광고계에서 '최고의 광고인'으로 꼽는 박웅현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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