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jopd64/10137439123

인간의 수명은 하늘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수명을 추정하는 방법도 있다. 텔로미어(telomere)는 세포시계의 역할을 담당하는 DNA 조각이다. 생물체의 수명을 결정한다. 그리스어의 끝(telos)과 부위(meros)의 합성어이며, 염색체의 양쪽 끝에 위치해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텔로미어의 길이도 점점 짧아져

노화가 진행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따라서 텔로미어를 오랫동안 남아 있게 할 수 있다면 장수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텔로미어 길이가 길면 오래 살 수 있다. 무병장수의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는 미래학자들도 그 방법을 여기에서 찾는다.

▲ 생명체의 노화와 수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세포분열의 횟수에 따라 소멸되는 텔로미어다. 텔로미어가 길면 장수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양쪽 끝에 위치해 있다. 밝게 빛나는 부분이 텔로미어다. ⓒ위키피디아

최근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은 생물체가 아주 어릴 때 수명을 예측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몸 길이 11cm의 작은 관상용 새, 금화조 99마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새들의 생존기간은 210일에서 9년이었다. 그리고 새들이 죽은 뒤 혈액 샘플을 검사했다.

그 결과 금화조가 생후 25일 됐을 때의 표본에서 추출한 텔로미어가 수명을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지표였다. 텔로미어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 가닥의 양쪽 끝에 붙어 있는 꼬리로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모두 닳아 없어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거나 기능이 망가진다. 조직과 장기의 기능도 이에 따라 저하된다.

연구팀을 이끈 팻 모나한(pat Monaghan) 교수는 폭스 뉴스(FoxNews)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진행한 연구가 과거의 연구와 다른 점은 개체들을 생애 초기부터 죽을 때까지 추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인 개체가 무엇 때문에 그런지, 그리고 오래 사는 개체가 무엇 때문에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됐다. 결론적으로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길면 세포의 수명도 더 길어진다.”

그러나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하기는 어렵다. 모두 사망한 뒤에 결과를 분석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 수명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시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

이 연구팀의 브릿 하이뎅거(Brit Heidenger) 박사는 “흥미로운 점은 생후 25일이라는 이른 시기에 텔로미어를 이용해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갖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환경과 유전이 수명에 어느 정도씩의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할 차례”라면서 “만일 환경적 요인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이뎅거 박사는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면서 “텔로미어가 강력한 예측 인자이기는 하지만 예측은 예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텔로미어의 길이를 보고 수명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다만 확률적 추정이 가능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과 생활 양식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여성의 경우 10년, 남성의 경우 5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의 텔로미어, 체세포보다 왕성해

텔로미어와 암과의 관계도 밀접하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기 위해서 텔로미어 DNA의 길이를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하거나 유지하는 메커니즘은 세포가 끊임없는 증식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손실되는 텔로미어의 DNA를 복구하는 효소가 존재하는데, 그것을 텔로머라아제(말단소립 복제효소, telomerase)라고 한다. 이 효소 덕분에 세포가 분열해도 텔로미어의 길이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 헤이플릭 박사는 세포의 분열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화와 죽음의 원인은 세포분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텔로미어를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효소인 텔로머라아제는 종양의 90%에서 활성화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암세포는 다른 체세포에 비해서 수명이 길다. 따라서 암세포에 있는 텔로머라아제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암세포의 텔로미어 DNA를 제거하면 암세포의 세포분열을 막을 수 있다.

세포의 노화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연구한 헤이플릭(Leonard Hayflick) 박사는 생물과 장기에 따라서 세포의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으며 그 후에 세포가 노화해 죽는다는 사실을 1961년에 밝혀냈다. 세포가 노화되고 죽는다는 것은 인간이 늙고 죽는다는 의미와 같다.

헤이플릭 박사는 태아 세포의 경우 100번 정도 분열하는데 비해 노인의 세포는 20~30번 정도 분열한 후에 노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헤이플릭 리미트(Hayflick Limit)라고 부른다.

헤이플릭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8번, 말은 20번, 인간은 60번 정도 세포분열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분열 횟수와 수명이 함수관계에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텔로미어 연장하는 기술이 무병장수의 길

그 후에 발견된 것이 바로 노화와 죽음의 열쇠인 텔로미어이다. 1990년대 초가 돼서야 생물세포학자들에 의해서 텔로미어가 염색체의 말단에 위치함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는 계속 진행됐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의 엘리자베스블랙번(Elizabeth Blackburn) 교수를 비롯해 존스홉킨스 의대 캐럴 그라이더(Carol Greider)와 하버드 의대 잭 조스택(Jack Szostak)은 텔로미어를 통해서 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들은 2009년 노벨생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과학자들은 텔로미어를 통해 노화와 죽음의 실체를 알게 됐다. 암에서 해방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인간의 수명시계 텔로미어를 연장할 수 있다면 무병장수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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