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서 한반도와 주변정세가 일파만파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좌성향 인사들이 정책결정 과정을 주도하면서 나라의 안보시스템들이 전반적으로 붕괴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어떤 연구기관들도 이를 경고하지 않는다. 2017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와 군사력 사용 위협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들을 동원하면서 한반도는 국단적인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었다. 2018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공세로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미·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한반도 안보상황은 더 심한 예측불허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싱가폴 회담이후 비핵화 후속조치가 감감무소식인 가운데 북한은 핵물질 및 미사일 생산을 계속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종전선언을 재촉하고 한국을 향해서는 ‘돈 되는 경협’을 종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는 곳곳에서 균열과 붕괴의 조짐을 보인다. 개인이든 국가든 격변기를 맞았을 때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하고 오판 속에 우왕좌왕하게 되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거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한국이 그런 모습이다. 격변기를 맞아 붕괴 조짐을 보이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4대 과제가 있다.
성급한 안보국방역량 축소 중단해야
한국의 국가안보가 안고 있는 제일 심각한 문제는 북핵 상황의 불확실성과 주변국들의 군비경쟁 상황이 감안되지 않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안보역량이 앞질러 붕괴·훼손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자국의 안보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경우는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런 나라는 패망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때문에 가장 시급한 안보 과제는 진행 중인 안보붕괴 현상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역대 정부들이 이룩한 안보역량들이 정치적 구호 아래 훼손·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실현되지도 않은 ‘우리민족끼리’가 한국의 안보역량이 제거·폐기하는 촉매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유사시 작전계획 수립 및 전쟁수행에 필수적인 군의 정보능력이 해체되는 일도 중단시켜야 한다.
현대적 개념의 ‘국가안보’란 “국민, 영토, 주권 그리고 국가가 지켜야만 할 내부적인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다. 이 가치들은 ‘우리민족끼리’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것이며 결코 ‘청산 대상’이 아니다. 자고로, 정치란 ‘총괄적인 국가 경영’이다. 정치를 장악한 사람들이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 구축되어 온 국가안보역량을 훼손한다면, 이를 두고 올바른 국가 경영이라 할 수 없다.
객관적인 대북인식 하에 군의 차단·보복 역량 유지해야
두 번째 안보 과제는 정책결정자들이 북한의 개관적 실체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지는 일이다. 상대에 대한 객관적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면 협상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음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안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인식보다는 무지, 왜곡, 이념경도적 판단 등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국민이 북한에 대해 객관적 인식을 가질 수는 없지만,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야 한다.
현재 정책결정을 주도하는 인사들중 상당수는 “북한은 동포이고 형제”라는 관점에 경도되어 북한이 지금까지 무수한 도발을 저질러온 안보위협 세력이고 앞으로도 언제든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화해·협력해야 할 동족이기도 하고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한 북한의 양면성을 감안한다면, 남북 화해협력을 주 업무로 하는 사람들에겐 전향적 대북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사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사람들은 대북 경계심을 유지해야 하며, 그것이 ‘화해협력과 안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하는 대북정책의 속성이다. 문제는 이런 다양성마저 허용되지 않는 한국사회의 경직성과 북한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반통일분자, 보수골통’으로 모는 일부 언론인들의 천박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늘날 한국군의 역량은 약화·훼손되고 있다. 통상 군의 역량에는 크게 적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차단역량(Deterrence Power)과 적 도발시 보복하는 보복역량(Retaliation Power)이 있다. 차단역량이 부족하면 전쟁을 막지 못하며, 보복역량이 결핍되면 적의 도발에 반격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군의 이런 역량들은 무차별적으로 훼손·제거·불능화되고 있다. 심리전 시설 일방적 철거, 대북 정보기관 약화, 서해 5도의 방어시설 철거, 전방지역 방호벽 철거, 한강하구 철책 제거, DMZ 병력 및 중화기 철수, GP 철수 등은 차단역량 불능화에 해당하며, 사드 배치 지연, 연합훈련 중단, 미사일 요격무기 생산 축소, 군 복무기간 단축 및 병력 12만 감축, 전방사단 감축 및 예비사단 해체 등은 보복역량의 훼손·약화를 의미한다. 안보역량을 축소하는 것은 북한의 질적인 변화와 한반도 주변 안보정세으 개선에 따른 결과이어야 한다.
통일부가 ‘동포·형제’라는 대북 인식을 가지고 판문점 선언에 의거하여 ‘만리마 속도’로 남북화해를 추진하겠다면 그 자체로 하자가 없다. 하지만 안보를 책임진 사람들에게 같은 인식과 자세를 요구한다면 한국의 안보는 백척간두에 설 수밖에 없다. 북한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이 정도의 다양성만이라도 인정되는 사회라면, 북한의 질적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현 시점에서 국방부가 스스로 군의 차단역량과 보복역량을 축소하는 일에 나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다양성이 인정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당면한 안보과제인 것이다.
이적성 문화의 퇴치가 시급하다
한국의 안보가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소위 이적성 문화의 창궐이다. 이적성 문화란 대한민국을 해롭게 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이적성 문화의 전파를 국가수호 차원에서 불용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분단국인 한국에서 이적성 소설이나 영화가 주목을 받고 좌성향 언행을 하는 연예인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는 군중집회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친북 구호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대한민국 생존의 은인 맥아더 장군동상에 불을 지르는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좌파 지식인’으로 존경받기도 한다. 한국사회에 이적성 문화가 깊이 침투하고 있는 증거들이다.
이적성 문화가 창궐하면 안보정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고, 북한정권의 사악한 동기를 부추기며, 우월한 경제력이 적화통일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지도 못한다. 따라서, 한국안보가 해결해야 할 세 번째 과제는 안보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 하에 조성된 이적성 문화를 통제·차단하는 일이다. 당연히, 정부가 국가수호에 대한 강한 신념과 실천력을 구비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적성 문화로부터 탈색되어야 하고, 교육 및 정신운동을 통해 학교현장에서 이적성 문화를 일소(washout)해야 한다. 좌성향 교육감들이 교육을 지배하는 현실 하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동맹결속은 불가피한 선택
마지막 당면 안보과제는 한미동맹의 와해를 막는 일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6.25 동안 눈앞에 다가온 적화통일 완성을 무산시키고 이후 한반도 적화의 꿈을 가로 막아 온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불구대천지 원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북한정권은 지난 70여년 동안 미군을 ‘만악의 근원’으로 불렀고 오매불망 동맹의 해체를 원해왔다. 이런 입장은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 바꾸어 말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지금까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였고 지금도 튼튼한 안보를 위해 긴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안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부쩍 주장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재촉하는 근본 이유가 미군철수와 동맹해체에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이 옳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햇갈리는 동맹정책 행보에도 불구하고 동맹을 지켜나가야 한다. 반미가 유행인 나라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공동기고 : 송대성(前 세종연구소장), 김태우(前 통일연구원장), 박휘락(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신원식(前 합참 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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