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소일거리의 3가지 조건
글 : 송양민 /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장 2018-07-03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은퇴는 50대 초반부터 시작된다. 최근 기업들의 정년퇴직 연령이 60세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정년을 채울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여건은 열악하다. 건강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0대 후반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50대에 퇴직하면 30년 이상의 은퇴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50대는 인생이 너무나도 젊은 나이다. 가능하다면 다시 일자리를 구해 조금 더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또 인생의 목적을 찾아가는 자아(自我) 실현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틈틈이 인생을 즐기기 위한 취미·여가생활과 자기계발을 하기도 해야 한다. 이러한 인생의 시기를 노년학에선 세 번째 인생 나이(the third age)라고 부른다.
세 번째 인생 나이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계획할 것인가? 은퇴 후 일을 할지 안 할지, 또 일을 안 한다면 무엇을 하며 보낼지 각자 세워 놓은 계획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는 사람들이 은퇴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오랫동안 방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젊은 시절의 환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거나,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든다. 또는 ‘돈이 모든 행복을 가져다줄 거야’ 하면서 지나치게 돈에 의존하며 살기도 한다.
행복한 은퇴생활은 일과 여가, 현재와 과거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노후 인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의 조건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 첫 번째 조건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할 때 즐거운 일’이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인 어니 젤린스키는 ‘은퇴자가 추구해야 할 재미있는 일이란, 지위, 권력, 수입, 승진과 같은 요소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가장 좋은 직업은 보수 없이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한다. 이런 즐거운 일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자신이 현역 시절에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정년퇴직 이후의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활동이라기보다 인생의 보람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봉사하는 삶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미국 은퇴자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보급하는 비영리단체 시빅 벤처스(Civic Ventures)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 은퇴자의 53%가 봉사활동을 하는 중요한 동기로 ‘만족감’을 꼽았다. 이러한 사회봉사형 시니어의 대표 모델로는 미국 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를 들 수 있다.
나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일
두 번째 조건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을 찾는 것이다. 성장은 나이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우리 인생에서 성장은 계속되고, 또 계속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성장하려는 욕구는 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노화는 오르막길과 같아서, 학습이나 새로운 업무를 통해 계속 기어를 넣으면 심신이 건강하게 유지되지만, 기어를 중립에 놓아두는 사람은 급속도로 노화한다고 한다. 따라서 인생의 발전을 끊임없이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그만큼 젊음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학교에서 배움을 쌓으면 새로운 직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항상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일과를 반복하다 보면 더 이상 발전이 없게 된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은퇴자들이 대거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스탠퍼드, 듀크, 코넬 등 유명대학 근처에서는 시니어 커뮤니티와 대학이 만난 새로운 은퇴촌(UBRC, 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일
세 번째는 다른 사람들과 계속 교류할 수 있는 일이다.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남자들은 그동안 주로 일을 위주로 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직장을 떠나면 ‘외딴섬’에 갇힌 것처럼 대부분의 관계가 끊어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 이런 때일수록 계속 일하면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거나, 혹은 새로운 일을 통해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미시간대학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은퇴 이후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건강도 재산도 아닌, 바로 사회적 유대관계라고 한다. 이제부터 행복한 인생 3막을 열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사회적 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은퇴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활동이 하고 싶은 일과 결합된다면 행복한 ‘인생 3막’이 완성된다. 송양민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장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후, 83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경제부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유럽학 석사, 연세대학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가천대학교로 옮겨 현재 보건대학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기사는 돈이다』,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 인생』, 『밥 돈 자유』 등이 있다. 한편 행복을 자급자족학 위한 생각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행복의 원천을 발견하는 것이다. 뇌 전문가 이승헌 선생님은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내는 행복을 찾는데 진지하게 3가지에 집중하라고 한다. 첫째는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의 기쁨: 소유하고 지배하는 감정의 사랑(상대 반응)보다는 순수하고 조건없는 영혼의 사랑(주는 것이 중심) 둘째는 깨닫음에 대한 기쁨:자연의 생명과 인생의 이치를 깨우쳐 갈때 심오한 기쁨을 맛본다 셋째는 창조의 기쁨: 내면에서 솟아나는 느낌이나 영감을 언어로 표현해 내는 순간 엄청난 희열을 갖는다. 이 세가지 기쁨은 영혼의 갈증을 해소해줄 새로운 행복의 샘물이자 당신을 완성의 바다로 인도하는 강렬한 강물이 되어줄 것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일의 대표적 유형은,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즐기며 노후를 보내는 경우가 해당된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대기업 CEO 출신의 한 은퇴자는 수십 년 동안 몸담아 온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후 서양화가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지만,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그림은 잊고 살았다 한다. 그러다 회갑을 앞둔 나이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지만, 삶의 만족도는 최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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