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재영(커브스코리아 대표)

 

 

 

 

스포츠는 명확한 결과에 의해 평가되는 집단이다. 스포츠의 대표적 수식어가 냉정한 승부의 세계인 것도 에누리 없는 그 명확성 때문이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고, 동메달 이외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주의의 명확성은 비단 경기를 통해서 승패를 가리는 야구, 축구, 수영, 피겨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포츠산업에 한 분야인 피트니스산업에서도 냉정함명확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존 피트니스산업에서 정의되는 성공적인 피트니스센터 운영의 척도는 회원관리프로그램의 질이나, 체계적인 시스템과는 상관없이 오직 숫자적인 몸무게 감량이었다. 하지만 요즘 피트니스산업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의 존재 이유인 운동효과는 기본이고 이에 더해 회원의 마음까지 터치하는 감성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산업에도 숨은 감성이 있을까?

감성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심리적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이나 취향을 눈에 보이는 색채·형태·소재를 통해 형상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 감성 마케팅은 소비자의 감성이 좋아하는 자극이나 정보를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소비 경험을 즐겁게 해 줌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방법이다. 이런 감성마케팅이 명확한 결과로 평가되는 스포츠산업에 접목되는 것 자칫 어불성설 같다. 그러나 스포츠산업에도 곳곳에 숨은 감성이 존재한다. 그 감성을 터치해 성공적인 감성마케팅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도 이미 존재한다.

야구, 오직 승리만이 사랑받는 길이라고?

대표적인 예로 야구팀 두산 베어스를 들 수 있다. 두산은 여성 팬들을 위해 한 달에 하루 퀸스데이를 정해, 여성 관객에게 입장료를 할인해주고 패밀리레스토랑 무료 식사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날 선수들은 핑크색을 넣어 특별 제작된 퀸스데이용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한다. 야구가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는데 핑크라는 색채를 사용해 퀸스데이가 여성의 날임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 이벤트는 여성 관객을 그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어, 기존 여성 팬들은 물론이고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여성관객의 참여도를 높이는 결과까지 이끌어 내 감성마케팅의 우수사례로 손꼽힌다.

또한 몇 해 전 일이지만 SK와이즈번스 이만수 코치의 이른바 굴욕팬티사건도 들 수 있 다. ‘문학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뛰겠다.’고 말한 이 수석코치는 실제로 2년 만에 만원 관중(3400)이 입장한 날, 클리닝타임을 이용해 같은 차림의 팬·구단 직원 22명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를 단순한 이벤트나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그 시사한 바가 크다. 이코치는 팬들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그 약속을 지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후 야구팀이 사랑받는 길이 단순히 승리하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새롭게 인지되기 시작했다.

생일파티 해주는 헬스장이 있다고?

앞서 예로든 야구는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면, 피트니스 센터에서의 운동은 스스로를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상대가 나태해진 틈을 타 분발할 수도 없고, 운이 좋아 승리하는 기적 같은 것도 없다. 뿌린 대로 거두듯 오직 스스로 열심히 운동해야 좋은 결과를 얻는 다는 것, 그것이 전부인 곳이 바로 피트니스 센터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감성마케팅의 바람은 불고 있었다. 여성전용 피트니스 커브스가 그 새바람은 불러일으킨 곳이다.

커브스는 30분 순환운동을 제공하는 곳으로 근력운동에서 소외돼 있던 30~5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한다. 스스로에게 투자하기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지갑을 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커브스는 이미 전세계 87개국에 480만 여성 회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130개가 넘는 가맹점에서 35천명의 회원이 운동하고 있다. 그 깐깐한 지갑을 열게 한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주요한 이유는 체지방은 감소되고 근육량은 상승에 몸에 라인을 만들어주는 뛰어난 운동효과다. 하지만 어디 그뿐만 이겠는가. 여성의 아름다운 몸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마음까지 사로잡은 커브스의 중심에는 감성마케팅이 있다.

커브스는 회원의 생일을 챙겨준다. 주는데 익숙해진 어머니들에게 받는 기쁨을 주는 것이다. 실례로 커브스 문정클럽의 한 회원은 클럽 트레이너의 깜짝 생일파티에 눈물을 흘리며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내자 아들이 아침부터 무슨 미역국이냐고 짜증을 냈다아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생일을 챙겨줘서 너무 고맙다고 감동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또한, 운동한지 100일이 되는 날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적힌 100회 티셔츠를 선물하고, 200회에는 200회 티셔츠를 선물한다. 피트니스센터가 회원과의 기념일을 꼬박 꼬박 챙겨주는 것이다. 이는 회원에게 감동과 함께 새로운 동기부여까지 선물하는 12조의 이벤트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달 특별한 데이(Day)를 만들어 무료한 일상에 즐거움을 준다. 파자마데이에는 잠옷을 입고 운동하고, 레드데이에는 빨간색이 들어간 소품을 입거나 준비해온다. 로즈데이에 장미꽃을 선물하고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는 주는 등은 기본이다.

회원의 50%가 또 다른 회원을 추천한다면?

커브스는 회원이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어 회원의 가슴을 움직이는 최적의 감성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다.

감성마케팅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다양한 욕구에 맞추어 고객의 관심사, 라이프스타일 등을 고려해 고객의 입장에서 다가가는 것이고 둘째로 경험을 통해 상품을 알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그들이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만족될 때에는 그 고객을 장기적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감성마케팅의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스스로의 소비에 강한 만족감을 보인 고객이 다른 고객을 추천하는 것이다.

커브스 회원의 50%가 또 다른 회원을 추천해 함께 운동하는 사실에 주목하면 커브스의 감성마케팅이 과히 성공적임을 알 수 있다.

감성마케팅의 핵심은 기업의 입장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의 감성에 호소해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고,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 브랜드나 제품에 대해 자기만의 가치를 느껴서 지속적으로 브랜드 로얄티를 높이는 것이다.

스포츠산업도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명확한 결과에 의해서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편견이 고객의 가슴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포츠산업에도 감성마케팅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어떤 산업도 사람을 통하지 않는 산업은 없다. 진정성을 가진 감성마케팅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린다면 스포츠산업 도약의 발판이 될 거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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