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넷 골드클래스 회원을 위한 특별초청강연 - 김석철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
김석철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 대표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가이자 도시설계자로 수학, 철학, 물리학 등 여러 개의 프리즘을 통해 건축을 바라본느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대 캠퍼스, 여의도 마스터플랜, 쿠웨이트 자하라 주거단지, SBS 탄현 스튜디오, 중국 베이징 경제개발특구 등이 있습니다. 김석철 대표는 2002년 암 선고를 받은 후 위암과 식도암 수술을 거듭 받은 탓에 목으로 음식을 잘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음식보다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주로 흡수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는 김석철 대표는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된 것만으로도 암은 앎이 됐다”고 말합니다.
김석철 대표는 한국 건축의 커다란 두 산이었던 故 김수근 선생과 김중업 선생에게서 차례로 사사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김석철 대표의 작품에는 대지의 근본을 건축에 반영했던 김수근 선생의 호방함과 남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엄격했던 김중업 선생의 강직함이 모두 담겨 있다는 평을 듣습니다.
아직도 꿈이 종착역에 닿지 않았다는 김석철 대표에 대한 소개를 DBR 인터뷰 기사를 빌어 대신합니다.
- 탁월함에 대해서
“분야에 관계없이 탁월함을 이룬 사람은 해당 분야에서 자기를 버리는 헌신과 사랑이 있다. 중국의 유학자 주자(朱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잠시 벼슬을 했지만 학자로서 이러한 사실을 매우 부끄러워했고 남은 평생 동안 학문에 헌신했다. 화가 마티스는 췌장암 선고를 받고 3년 동안 아픔 속에서도 휠체어를 타면서 걸작들을 완성했다. 탁월함이란 이런 것이다. 개인, 국가 같은 차원을 뛰어넘어서 자신을 던지는 것, 지극한 사랑 그 자체다. 집념도 필요하다. 나도 암 때문에 죽음이 문턱에 온 순간에도 새벽 3시까지 공부했다. 취푸(曲阜) 프로젝트를 마저 정리하고 논어도 다시 읽었다. 청년 시절에는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손의 통증 때문에 붕대를 감은 채 작품을 스케치하던 시절이 있었다.”
- 인문학에 대해서
“건축 역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공동체의 큰 흐름을 보게 하는 학문으로 우리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설명해준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하드웨어를 이해하기 위한 모든 학문의 기초다. 인문학의 바탕 없이는 어떤 일에서도 탁월함을 이룰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지혜가 인문학에 담겨 있는데 그것을 공부하지 않거나 모르고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없다. 가장 손쉽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독서다. 물론 뛰어난 사람들 중에는 책을 읽지 않고서 스스로 깨닫는 이들도 있지만 드문 일이다. 위대한 인문학자들이 너무나 많지만 특히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문학자를 꼽는다면 러셀과 톨스토이다.”
- 창의력과 아이디어에 대해서
“영감을 얻는 데 있어 독서는 토지처럼 바탕이 된다. 토지에서 자라는 나무 같은 존재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앨런 튜링이라는 컴퓨터 발명가는 ‘나는 이 세상의 가장 많은 것을 사람에게서 배웠다’고 말했다. 사람에게서 배우라는 말은 각종 모임에 나가 사교활동을 활발히 하라는 뜻이 아니다. 한 번 스치는 인연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다. 튜링은 친구와 풀밭에 앉아 별을 바라보며 했던 이야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은 글을 쓰는 거다. 새 프로젝트를 맡으면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직접 글로 써본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과장해서 생각하게 된다. 마치 만사 다 아는 것만 같다. 기억장치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자신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글쓰기는 생각 및 지식의 부족함을 깨닫는 자기반성과 성찰로 이끈다. 도시 속에서 사람 사이를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창덕궁에 간다. 거닐다 보면 어느 순간 ‘아’ 하면서 고민했던 문제에 대한 답이 떠오른다.”
- CEO, 리더에 대해서
“의견을 구하러 오는 리더들에게 꼭 하는 얘기가 있다.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하루에 2시간은 아무도 만나지 말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음악을 듣든지, 영화를 보든지, 책을 읽든지 간에 2시간은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문제에 봉착할 때 이야기를 듣고 조언해줄 사람이 3명은 있어야 한다. 자신을 과시하려는 CEO가 많은데 타인이 존재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CEO는 집단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Creative Energy Officer)이다.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자꾸 자기 얘기를 하고 자기도 모르게 선생이 되려고 하는데 이보다는 위대한 학생이 돼야 한다. 위대한 학생의 특징은 잘 듣는 것이다. 억지로 듣는 게 아니라 남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호기심과 흥미를 느껴 마음으로 잘 들어야 한다.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만큼 좌절이 따를 수밖에 없다. 좌절 속에서 꾸준히 전진하려면 승자에게 깨끗하게 승복하는 자세, 패배 속에서 배우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한 분야에서 거장(maestro)이라는 소리를 듣기까지 김석철 대표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요? 탁월함을 향한 열정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우리도 우리의 인생을 행복하게 지어야 하는 건축가이기도 하니 11월 골드명사특강에서 김석철 대표를 만나세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