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바르게 되려면 / 유신환(兪莘煥, 1801-1859)의 봉서집(鳳捿集)|
 

마음이 바르게 되려면

 

앉은 자세가 바르지 않으면 마음이 바르지 않나니
네 자세를 바르게 하여 공경하지 않음이 없도록 하라.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앉은 자세가 바르지 않나니
네 마음을 바르게 하여 공경하지 않음이 없도록 하라.

席不正, 心不正. 正爾席, 毋不敬.
석부정, 심부정. 정이석, 무불경.
心不正, 席不正. 正爾心, 毋不敬.
심부정, 석부정. 정이심, 무불경.

- 유신환(兪莘煥, 1801-1859),〈자리에 대한 명[席銘]〉,《봉서집(鳳棲集)》

[해설]

팔짱을 낀 채 두 다리를 쭉 뻗고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걸터앉아 오만한 자세로 상대에게 독설을 날리던 개그맨이 한때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연기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불량하게 앉은 자세와 그 자세에 걸맞게 따라 나오는 대단히 불량한 대사의 절묘한 조화(?) 때문이 아니었을지?

요즘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욕설을 사용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걱정하는 어른들과 달리 정작 청소년들은 내가 편한데 그게 뭐 어떠냐는 식입니다. 그렇지만 이 글처럼 내면과 외면의 밀접한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냥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겉모습보다 마음속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마음속과 겉모습은 서로 맞물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속의 상태가 겉모습을 통해 나타나는 것처럼, 겉모습에 대한 통제와 규율이 마음속을 다스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고백하고 있듯이 이 글은 사실 아버지께서 쓰신 붓에 대한 명[筆銘]을 저자가 슬쩍 본떠서 지은 것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마음이 바르면 붓이 바르게 되니 어찌 공경하지 않으리오?(心正則筆正, 奈何不敬.)
붓이 바르면 마음이 바르게 되니 어찌 공경하지 않으리오?(筆正則心正, 奈何不敬.)


내용은 다르지만 그 취지는 같습니다. 바른 자세로 바른 마음을 먹고 바른 일, 바른 말을 하며 사는 것. 쉬운 듯 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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