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사와 혜가

 



 

 

본래부터
땅 있었기에

그 땅에
씨를 심어 꽃이 피지만

본래
종자도 있는 것 아니며

꽃도
피는 것 아니네


혜가(慧可) 대사는 중국 낙양의 무뢰(武牢) 사람으로, 어릴 때의 이름은

신광(神光)이고 성은 희(姬)가였다.

신광은 어릴 때부터 덕이 있고 책읽기를 좋아하여 뭇 서적들을 두루 읽었는데,

어느날 불서(佛書)를 읽다가 문득 얻은 바가 있어 출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낙양 향산사로 출가한 신광은 여덟 해 동안 좌선에 몰두하였다. 어느날 신광이 선정에 들었는데,

홀연히 한 신인(神人)이 나타나 말했다.

"머지않아 과위(果位: 깨달음의 지위)를 얻을 그대가 어찌하여 여기에 막혀 있는가? 남쪽으로 가라."

이튿날 신광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 이를 본 그의 스승 보정 선사가 고치려 하자,

하늘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지금 신광은 뼈를 바꾸고 있는 중이다. 예사 아픔으로 생각하지 말아라."

그제서야 신광은 스승에게 신인이 말한 바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스승이 그에게 말했다.

"네 얼굴이 길하고 상스러우니 반드시 얻는 바가 있으리라. '남쪽으로 가라' 함은

소림을 일컽는 것이니, 필시 달마대사가 너의 스승이리라."

신광은 은사 스님을 떠나 소림굴의 달마 대사를 찾아갔다.

그때에 달마대사는 아홉 해를 기약하고

면벽(面壁: 벽을 향하여 좌선하는 것을 말한다.

 

달마대사가 소림사에 숨어 지내며 9년 동안 경론을 강설하지도 않고

불상에 절하지도 않으며 종일토록 벽을 향하여 좌선한 것을 두고

‘면벽구년’이라 한다.

 

 그 뒤부터 선승들은 선원에서 좌선하려면 반드시 벽을 향하게 되었다)하며

법을 전할 때가 무르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광은 오로지 답답한 마음을 풀려고 아침저녁으로

달마대사를 섬기며 법을 물었다.

 

그러나 달마대사는 언제나 묵묵부답이었고,

그럴수록 신광은 자기를 채찍질하며 정진하였다.

'옛사람들은 도를 구하고자 뼈를 깨뜨려 골수를 빼내고, 피를 뽑아 주린 이를 구제하고,

머리카락을 진흙땅에 펴고,

벼랑에서 떨어져 굶주린 호랑이의 먹이가 되기도 하였다.

 

옛사람들은 무릇 도를 구함에 있어 이처럼 정성을 다하였는데,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와 같이 행하지 못하는가?'

그해 동짓날 초아흐레 날이었다. 밤새 큰눈이 내렸는데, 신광은 달마대사가

선정에 든 굴 밖에 서서 꼼짝도 않고 밤을 지샜다.

새벽이 되자 눈이 무릎이 넘도록 쌓였고, 달마대사는 그때까지도 꼼짝 않고

눈 속에 서 있는 신광을 보았다.

"네가 눈 속에서 그토록 오래 서 있으니, 무엇을 구하고자 함이냐?"

"바라건대 스님께서는 감로(甘露)의 문을 여시어 어리석은 중생을 제도해 주소서."

"부처님의 위없는 도는 오랜 겁 동안을 부지런히 정진하며,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하고 참기 어려운 일을

능히 참아야 얻을 수 있다.

 

그러하거늘 너는 아주 작은 공덕과 하잘 것 없는 지혜와

경솔하고 교만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 참다운 법을 바라는가?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달마대사의 이 말씀을 듣더니 신광은 홀연히 칼을 뽑아 자기의 왼쪽 팔을 잘랐다.

그러자 때아닌 파초가 피어나 잘라진 팔을 고이 받히는 것이었다.

신광의 구도심이 이처럼 열렬함을 본 달마대사는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들이 처음에 도를 구할 때에는 법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잊었다.

네가 지금 팔을 잘라 내 앞에 내놓으니 이제 구함을 얻을 것이다."

달마대사는 신광에게 혜가(慧可)라는 새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러자 혜가의 왼팔이 다시 본디의 자리로 가 붙었다.

"부처님의 법인(法印: 진리의 요체)을 들려주소서."

"부처님의 법인은 남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니라."

"제 마음이 편하지 못합니다. 스님께서 편안하게 하여 주소서."

"불안한 네 마음을 여기에 가져오너라. 그러면 편안하게 해 주겠다."

"마음을 아무리 찾아도 얻을 수 없습니다."

"내 이미 너를 편안케 하였느니라."

이 말 끝에 혜가는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얻은 혜가는

달마대사로부터 법을 이어받아 중국 선종의 2대 조사가 되었다.

 

혜가 대사는 34년 동안 업도에 머물며 설법하다가,

552년에 제자 승찬에게 법을 전하고, 그 이듬해에

그의 나이 107살이 되어 입적하였다.




마음이 일어나야 이런저런 법도 일어난다.

마음이 사라지면 해골이 어디있나?

삼계가 모두 마음뿐이라 하심

어찌 나를 속일일까?

마음밖에 따로 법이 없으메

어찌 따로 진리를 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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