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술의 현대적 해석


글 : 박상철 / 전남대학교 석좌교수 2018-07-23


행복한은퇴발전소




도교의 불로장생술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은 여러 문파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으나 대략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양생술(養生術)로 대표되는 음식 섭생의 섭양술(攝養術), 호흡조절의 복기술(腹氣術), 자연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도인술(導引術), 남녀 음양조화를 통한 방중술(房中術)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섭양술로는 소식과 생식을 위주로 하라는 벽곡, 신선이 되는 장생식을 하라는 복이(福餌)가 있으며, 호흡조절의 복기술에는 기를 보존하기 위한 호흡조절의 조식(調息), 태아처럼 잔잔히 호흡하라는 태식(胎息), 나쁜 공기를 철저히 뱉어내는 폐기(廢氣)와 토고(吐故), 새로운 맑은 공기를 마시는 납신(納新), 몸의 기를 잘 돌도록 운행하는 행기(行氣)가 있다. 또한, 자연과의 합일을 위한 도인술로는 몸을 적절히 활용하여 기를 보존하기 위해 단련하는 체조로서의 운동요법이 있다. 끝으로 남녀 간의 육체적 결합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정(精)을 보하고 기(氣)를 키우는 방중술이 있다. 이러한 방중술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그 기본 원리가 채음보양(採陰補陽)에 있으며 소녀경, 채녀경, 황제내경 등에 기록이 나온다. 이후 여러 방중서가 나와 일반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도교의 불로장생술은 도교의 신봉자만이 아니라 유학자들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유학자들은 실천적 노력을 강조하여 노장학파에서 선호하는 청정한 곳에서 은일하게 지내는 청정무위(淸靜無爲)의 사상보다 자신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건강을 다지는 자강유위(自强有爲)를 생활규범으로 삼았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도 무이구곡에 살면서 그곳에 전래되고 있던 팽조 사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은 본성을 다하여 주어진 몫을 다하여야 한다: 덕을 쌓고 제대로 늙게 되면 1200살까지도 살 수 있다(盡性以至於命: 宿德老成, 守一處和千二百壽)”라고 하며 위백양의 “주역참동계”에 서술한 장생술을 실천하면 장생할 수 있음을 믿고 있었다. 주자의 이러한 신념은 우리나라 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매월당 김시습이 저술을 통하여 앞장을 섰으며, 퇴계선생도 신체단련을 위한 도인술을 비롯한 체조요법을 개발하여 스스로 실천하였다. 


불로장생술의 현대적 해석


불로장생술이 불로초보다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해준 점 중 하나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불로장생의 단약이 초래하는 부작용을 수없이 접하여 왔기에 부작용이 적다는 점은 큰 장점이 아닐 수 없었다. 둘째는 무엇보다도 고가의 경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하였다. 그동안 천연의 불로초나 인공의 단약의 확보에 모두 막대한 경비를 필요로 하였기에 오직 왕후장상만이 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로장생술은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으로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될 수 있었기에 이러한 섭생, 도인, 복기, 방중의 생활방식이 보편화되고 오래 널리 파급될 수 있었으며 오늘날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음식섭생의 경우, 불로초라는 특별한 식품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 즉 식생활 개선에 역점을 두게 되었다. 음식을 절제하는 소식과 절식이 불로장생에 더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확인과 연구성과로 강한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양적으로 소식하는 방안과 질적으로 원시 수렵시대처럼 자연 그대로인 상태로 음식을 섭취하자는 구석기식단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트렌드는 과거 도교의 섭생법인 벽곡, 소식, 생식 등의 장생술과도 부합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도교 불로장생술의 중요한 요체중 하나인 깊은 산속 맑은 물을 마시며 몸의 기를 수련하고 본성을 북돋우는 행위는 불로촌의 공간적 특성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연역하여 살펴보면, 세계적으로도 현재 장수지역으로 알려진 곳들인 코카서스산맥의 압카스 지역이나 히말라야의 훈자 지역, 에쿠아도르의 빌카밤바 지역, 또한 오키나와의 북부 산악지역 등이 모두 산간지방으로 일반 번잡한 도회 지역과는 동떨어진 외진 지역으로, 외부와의 소통이 적어 유행성 질병에서 자유롭고 맑은 공기를 향유하는 지역이다. 더욱 이런 지역은 경제적 제한으로 음식 역시 전통적으로 소식할 수 밖에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도교 불로장생술에서 거론되는 은수 서산에 살며 찬하 복기하는 속성을 만족시켜준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적 해석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이들 지역이 산간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운동량이 높을 수 밖에 없고 특히 언덕과 산을 오르고 내리며 살아야 하는 점이 호흡을 통한 심폐기능 활성화에도 자연스럽게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과학적 측면에서 도교의 장생술의 부분적 수용이 가능하게 해준다고 볼수있다.


불로장생술을 보완해 주는 과학기술


이와 같이 불로장생술의 핵심은 일상 생활습관에 있다. 먹는 것을 절제하고 움직이는 것을 장려하는 행동양식의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강조 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대에 사는 일반인들의 삶에서 이러한 방향의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요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인구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건강장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들이 생활패턴 개선을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제반 퇴행성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생활패턴 개선을 위하여 개인 스스로가 신체적 노력으로 이룰 수 없을 때는 과학기술이 동원되어 개인의 장생술을 보완해주어야 한다. 바로 이런 목적으로 개인의 식이나 운동패턴을 지원하는 일이 우선이다. 첫째 식이섭취 조절을 위한 소식효과 대체약물(calorie restriction mimetics)이 개발되고 있다. 인간의 강제적 식욕 제한이 어렵기 때문에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식후 영양분의 섭취나 대사적 활용을 제한하여 소식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둘째로는 운동이 건강에 중요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운동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서는 운동효과대체약물(exercise mimetics)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더욱 이러한 연구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병상에 오래 누워있어야만 하는 환자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실제 몸을 사용하여 직접 운동하지 않더라도 약물복용을 통하여 근육과 뼈, 그리고 심폐기능 등을 개선할 수 있다면 건강을 위하여 매우 바람직하리라고 기대되어 많은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운동이 초래하는 다양한 심신효과를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는 없지만 적어도 근골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물들의 개발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직접적 신체활용을 통한 노력 대신 약으로 대체하는 방법은 효과가 있을 수는 있으나, 문제는 이런 약물을 장기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언제나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러한 약물에 대한 임상허가가 쉽지 않다. 그대신 생체기능을 보조하거나 증강하거나 또는 대체할 수 있는 물리적 장치 즉 인체를 돕는 기계적 장치의 개발은 부작용을 줄이고 직접적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장구의 개발은 의공학 분야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치아의 경우 이미 틀니의 수준을 넘어 널리 이용되는 치아 임플란트, 손 팔 발 다리의 경우 의족 의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인공 로봇 팔 손 다리, 장기의 경우 심장의 카테터, 인공신장, 인공 간, 감각기 역시 의안 다음 단계인 구글의 안경, 시각보조장치, 청각 보조 장치 등등 놀라운 생체기능 보완 장구들이 개발되어 이미 활용화되고 있으며 전자공학기술의 혁신으로 더욱 효율적인 장구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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