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스님

명상 교육을 시작한 지 7년 정도 됐다.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비롯해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들을 지도한 것을 시작으로 봉사단체와 대안학교 학생들, 일반인들까지 대상을 확대해 왔다. 근래에 들어서는 봉은사에서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을 상대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형성된 흐름이 있다. 먼저 수련생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현재 상태와 관심사를 파악하면서 준비한 수업내용을 전한다. 다음으로 운동을 한 후에 본격적인 명상에 들어간다.

보통 운동을 한 후에 명상을 하는 흐름이지만 운동과 명상은 상보적인 관계다. 운동을 하면서 명상의 기법들을 적용할 수 있고 명상을 하면서 운동을 겸할 수 있다. 운동과 명상에 가치의 우열은 없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운동에 더 치중할 수도 있고 명상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특히 요가 프로그램에는 두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요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칫 운동으로 여길 수 있으나, 실제로는 동작을 할 때 명상적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운동을 하거나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을 할 때 명상의 효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알아차림(Awareness)이 있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명상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워밍업으로 몸을 푼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쉽게 하는 간단한 체조나 요가 동작을 하거나 몸동작과 호흡을 결합할 수도 있다. 이때 별생각 없이 움직이면 운동이지만, 매 순간 일어나는 현상이나 자극에 대해 알아차리면 명상이 된다. 목 돌리기를 예로 들어보겠다. 단순히 목을 돌리며 뻐근한 근육을 풀면 운동이다. 여기에 알아차림을 추가해 면밀하게 관찰하면 명상이 된다. 변화하는 느낌들, 강하게 오는 자극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예민하게 느끼며 받아들인다. 이렇게 하면 운동이 동작 명상(Movement Meditation)으로 탈바꿈한다.

 

둘째, 이완(Relax) 하는 것이다. 물론 운동에도 이완이 필요하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근육이 과하게 뭉쳐있으면 다치기 쉽다. 운동의 효과도 줄어들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운동에서의 이완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의 상태 또는 중간에 한 번씩 확인해야 하는 점이라면 명상에서의 이완은 매 순간 계속해서 신경 써야 하는 필수 요소다. 즉, 이완의 활용의 빈도수와 중요도가 크다는 것이다.

명상에서 특히 이완이 중요한 이유는 집중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완이 안 된 상태에서는 집중이 어렵다. 여러 가지 망상이 떠오르고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다. 뇌 활동의 60%~80%를 담당는 DMN(Default Mode Network)은 자동차의 공회전과 같이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쓰이는 영역이다. DMN의 과한 활성화는 우리를 더욱 지치고 피로하게 하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완 상태에서는 이 부분의 작동이 완화됨으로써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체력이 회복되며 에너지가 균형을 찾고 집중력이 향상된다. 이완은 뇌기능의 과부하를 막고 인지와 사고능력을 향상케 하는 것이다.

명상(瞑想)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눈 감을 명(瞑)’에 ‘생각 상(想)’이다. 눈 감고 하는 생각이다. 눈을 감는 행위를 통해 눈으로부터 오는 시각적 정보는 차단되고, 뇌의 인지 작용이 줄어든다. 그것만으로도 쉼의 효과가 있다. 자연스럽게 이완이 되며 그때 하는 생각은 평소와 다르다. 따라서 명상은 쉬면서 하는 생각이며 이완 상태에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완하지 않으면 마음 또는 뇌가 쉬지 않고 생각하기 때문에 온전한 집중이 어렵다. 그러므로 눈을 감거나 체조와 호흡을 통해 긴장감을 내려놓고 이완할 수 있다.

 

셋째,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운동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건강이다. 좋은 몸매를 갖기 위해 살을 빼기 위함일 수도 있고 단지 운동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그 목적이 다양하다. 명상도 자기관리라는 측면에서는 운동과 유사하다. 명상의 과정에서 체중감량이나 건강회복 등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본성을 회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있는 그대로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며 그 상태가 바로 최상의 행복이다.

더 나아가서 나라고 하는 것조차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무아(無我)와 연기(緣起)다. 무아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성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나’라고 하는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기는 ‘모든 현상은 무수한 원인과 조건이 상호 관계하여 성립되므로 독립적인 존재는 없으며 모든 것은 인연에 따른 과보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아야 모든 고통과 번뇌로부터 해방된 해탈과 열반의 상태에 도달하여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다.

즉, 과정적으로는 ‘나답게’와 ‘내가 없음’의 무아(無我)를 모두 경험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또는 ‘나는 무엇인가’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해탈과 열반의 실현이다. 이것은 논리적 이해와 삶의 경험너머의 깨달음의 체험이다. 그 깨달음을 삶의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견성(見性), 성불(成佛)이라고 한다. 나의 본래 성품을 본 후 그 존재가 되어가는 수행 과정인 것이다.

 

이처럼 운동과 명상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명상이 어렵고 낯설다면 운동이나 요가, 체조를 먼저 해보는 것도 좋다. 운동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고 음악을 듣지 않는 것도 명상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 말이다. 운동에 탄력이 조금 붙는다면 알아차림, 이완, 깨달음이라는 명상적 요소를 하나둘 적용해 보며 점차로 명상의 세계에 진입해 보는 건 어떨까?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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