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불구화(Self-handicapping) 전략은 보통

'자기구실 만들기', '구실만들기' 등의 이름으로 많이 번역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기불구화의 불구라는 말이

용어를 이해하는 데에 딱 알맞는 비유적 표현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뭔가 극단적이라 머리에 더 잘 박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기불구화는 스스로 불구가 되는 것입니다.

아무튼, 자기불구화는 자기 스스로 사전에 핸디캡을 만듦으로써, 실패를 했을 때

그 원인을 자신의 능력이 아닌 핸디캡때문으로 돌리는 심리학적 개념입니다.

자기불구화는 심리학의 다른 개념인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 두 개념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귀인이론의 경우, 어떠한 사건이나 결과에 대해 그 원인을 추론하는 것이지만

자기불구화의 경우, 어떠한 결과나 사건이 있기 전에 그 원인을 미리 만든다는 점이

그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자면, 자기불구화 전략은 행동적 또는 언어적으로 나타나는데요,

시험 전 날 밤에 술을 마신다든지,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행동적 자기불구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원래 이런 것을 잘 못해'라고 말하거나,

'어제 준비를 하나도 못했어.'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적 자기불구화라고 합니다.

후자의 언어적 자기불구화는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제가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요, 시험을 보기 전에 공부를 별로 못 했다고 하거나,

친구와 게임을 할 때, 이거 정말 오랜만에 하는 거라 잘 못할 것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시험을 못 볼 것 같아서, 게임에서 질 것 같아서

이런 생각들이 들기 때문에, 소위 주변 사람들에게 밑밥을 깔곤 하죠.

행동적 자기불구화의 경우는 보통 자신이 의식하지 못 하게 일어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행동적 자기불구화는 상당히 자기파괴적인 행동입니다.

실패가 두려워서 실제로 실패할 확률을 높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니까 말이죠.

따라서, 이는 보통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자기불구화는 때로는 말로, 때로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행동적 자기불구화는 남성이,

언어적 자기불구화는 여성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둘 중 고를 수 있다면 두 성별 모두 언어적 자기불구화를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행동적 자기불구화는 리스크가 매우 큰 전략이기 때문이죠.

이런 자기불구화는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맨탈 관리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받는 것은 굉장히 자존감에 타격을 입는 상황이고,

대외적인 자신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 역시 뼈야픈 일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자기불구화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상황이나 운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굉장히 안좋은 결과들을 가져오기도 하는데요,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에도 큰 효과가 없습니다.

또한 자기불구화를 하게 되면, 학습적인 측면에서도

과제를 계속 미루게 되는 등의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렇게 자기불구화는 잠깐의 정신승리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전략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자기불구화를 의식적으로 안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자기불구화를 의식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사진 출처-Pixabay)

저 개인적으로는

자기불구화를 의식적으로 안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자존감은 모두가 지키기 원하는 것이고,

실패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모두에게나

어느정도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죠.

또한, 자기불구화는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에

의식적으로 이를 원천 차단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불구화를 차단할 수 없다면, 그 원인을 차단하는 방법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기불구화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에 더 많이 일어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실패했을 때 받게 될 타격에서 기인합니다.

내가 실패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나를 멍청하게 보지는 않을지,

내 능력이 하찮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게 됩니다.

우리가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실패는 더이상 우리에게 두려운 것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실패가 두려운 것이 아니게 된다면,

우리가 굳이 스스로 불구가 되면서까지

실패에 대한 구실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겠죠.

보다 자신 내면의 성장과, 노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자기불구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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