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배우는 경영과 마케팅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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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세상은 너무나 변화무쌍하다. 사실 6개월 전만 해도 이러한 세계적 경제공황이 올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이것을 예측했다면 그 사람은 굉장히 훌륭한 학자로, 아니 위대한 예언자로 추앙받았을 것이다. 코스닥이 1996년 개장할 당시 243개의 기업이 등록했다. 코스닥에 상장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가장 우수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장래성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에 과연 몇 개의 기업이 살아남았을까? 전문가들이 확인해 보니, 134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나마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 기업은 그 중에서도 겨우 41개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아무리 우수한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급변하는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채 20%가 되지 않는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는 최근 위기에 직면한 기업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위험을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체대에서 스포츠마케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이렇게 자문한 뒤 “변화에 순응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종족이 가장 오래 생존할까? 지능이 뛰어난 종족? 체력이 우수한 종족? 모두 틀렸다. 정답은 ‘변화에 순응하는 종족’이다. 코스닥에서 살아남은 기업들도 이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웨인 그레츠키는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스하키 선수 중 한 명이다. 아이스하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이 전설적인 영웅은 은퇴 이후 명예의 전당으로 직행했는데, 그때 기자들이 몰려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그렇게 아이스하키를 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냐?’ 그러자 그레츠키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늘 퍽이 어디로 갈지를 예측하고 그 곳에 미리 가서 서 있었을 뿐이다.’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무시하기, 뒤따르기, 앞서가기 등 3가지가 있다. 그레츠키는 세 번째 방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눈감고 자유투 던진 마이클 조던

그렇다면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그레츠키처럼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물론 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성공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며, 우월감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고, 침묵하는 조직문화를 타파한다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자기개발을 위한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개발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피겨스케이팅 국제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해 정상에 오른 김연아 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제대로 된 연습장 하나 갖추지 못하고, 이끌어줄만한 지도자와 선배도 없는 상황에서 김 선수 같은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김 선수가 굉장한 ‘연습벌레’라는, ‘보이지 않는’ 사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지치기 전에 빙판이 먼저 지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선수는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 한 가지 기술이 안 되면 모든 것을 전폐하고 반드시 이뤄내고야 마는 악바리 근성도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김연아 선수는 ‘점프의 정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물론 그것은 각고의 노력과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얻어낸 결실이었다. 김 선수는 자신의 약점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줄도 알았다. 최근 ‘컵 오브 차이나’에서 자신의 최대 약점인 스파이럴에서 최고점수인 ‘레벨 4’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김연아 선수의 장점이다. 경기를 하다가 실수를 하면 보통 선수들은 기가 죽는다. 하지만 김 선수는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과감하게 다른 기술을 구사할 줄 안다. 어려운 시기를 맞으면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어린 김 선수가 던지는 도전의 메시지는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라이벌을 피하기보다 도리어 배워야 할 선배나 친구 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것도 김 선수의 특장이다. 그녀가 아사다 마오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라이벌을 매우 높게 평가하면서, 동시에 거기서 상대의 빈틈을 발견하고 자신의 약점도 보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친구를 가까이 하되 적을 더 가까이 하라’고.”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이야기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마이클 조던의 초년병 시절 NBA 전문가들이 “조던은 슛이 약한 선수”라고 지적했다. 그해 여름 조던은 매일 수백 개의 점프 슛 연습을 했고, 미들 슛의 황제가 되어 돌아 왔다. 전문가들이 조던의 수비가 약하다고 지적하자 다음 시즌에는 스틸왕, 올해의 수비선수에 선정됐다.

“조던은 데뷔 초기 슛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나중에 50%의 높은 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대학 시절 자유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자 프로 데뷔 이후 평균 85%의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득점만 하는 반쪽 선수라는 지적을 받자 그 다음 시즌에 평균 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점 슛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자 그 다음 시즌 포틀랜드와의 결승전에서 전반에만 3점 슛 6개를 성공시켰다.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자 사고뭉치 로드맨을 얌전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트집을 잡지 못하자 조던은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신인이던 무톰보로부터 파울을 얻어낸 조던이 눈을 감고 자유투를 던졌다. 깨끗하게 슛을 성공시킨 조던은 무톰보에게 윙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Welcome to the NBA’라고.”

여기서 위대한 프로도 자신의 약점과 잘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결국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게 전달되는 자극과 정보 중에서 긍정적인 것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것만 수용하는 우울증 환자가 돼지 말자”는 말도 덧붙였다.

“아버지, 나도 달리고 싶어요!”

“지난 2005년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실화 하나를 소개한다. 미국에서 있었던 이 감동 실화의 주인공은 아버지 릭과 아들 딕이다. 딕은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의사를 조금도 표현할 줄 몰랐던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컴퓨터를 가르쳤다. 그런데 컴퓨터를 배운 아들이 처음 쓴 글은 어떤 운동선수의 경기를 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경기장을 찾았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도 달리고 싶어요.’ 그 동안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는 아버지와 아들은 그날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밀면서 아버지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소박한 달리기는 마라톤으로, 철인 3종 경기로까지 이어졌다.”

부자가 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세상에 전해지자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침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마라톤이 열리게 됐다. 물론 이 아름다운 마라톤을 이끌었던 주인공은 릭과 딕 부자였다. 이를 계기로 집안에만 갇혀 지냈던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비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아버지 릭의 마라톤 최고 기록은 2시간 50분까지 도달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마라톤 선수로 전향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릭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는 아들이 옆에 없다면 절대로 달리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릭과 아들 딕이 마라톤 경기를 마치고 골인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라! 여러분도 갑자기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웨인 그레츠키, 김연아, 마이클 조던, 릭과 딕 등 스포츠 스타들이 우리의 가슴에 심은 희망의 씨앗은 ‘차차차’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Challenge-도전하고, Change-변화하고, Chance-기회를 잡자! Change의 g를 c로 바꾸면 Chance가 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화에 대응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여러분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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