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이창양의 경제산책]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비결은 없다… 예술적인 경영이 있을 뿐
소위 '위대한' 기업들_초우량으로 꼽힌 기업들
상당수가 몰락의 길로 결국 운이 작용했다는 결론
경영은 과학이 아닌 예술_역사적 통찰력 바탕 위에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 받쳐줘야
한편, 경영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1970년대에는 종래의 이윤 극대화에 맞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기업과 사회의 공유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영이 고려할 하나의 가치는 되겠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이 되기는 어렵다. 큰 틀에서 보면 여전히 지속적인 성장이 기업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사회적 책임이나 공유 가치 창조 노력도 결국 생태계 속에서 이해 세력들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뛰어난 실적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는 기업에는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있다면 무엇일까? 소위 '위대한' 기업의 비결을 말해 준다는 수많은 성공사례 연구들이 지난 30여년 동안 끊이지 않았고,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82년에 발간된 톰 피터스(Tom Peters)와 로버트 워터먼(Robert Waterman)의 '초우량 기업의 조건', 1994년에 나온 짐 콜린스(Jim Collins)와 제리 포라스 (Jerry Porras)의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그리고 2001년에 발간된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분석과 처방에 대한 신뢰는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초우량 기업'으로 선정된 43개의 기업 중 상당수가 뒤이어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했다. 심지어 비지니스위크는 1984년 '도대체 위대한 기업이 있기는 한거야? (Oops! Who's excellent now?)'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실을 정도였다. '성공하는 기업'으로 선정된 18개의 기업들도 절반 이상이 10여년 사이에 실적이 나빠졌고, '위대한 기업'으로 선정된 11개의 기업 중 서킷 시티(Circuit City)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역인 패니 메(Fannie Mae)는 사실상 파산했다. 이런 결과 때문인지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면 저주를 받아 실적이 나빠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왜 그럴까? 이 질문은 텍사스 오스틴 대학(UT Austin)의 앤드류 핸드슨(Andrew Henderson) 교수 등이 2009년 발표한 연구의 주제다. 이들은 미국 내 상장기업들의 지난 41년 동안의 자산수익률을 이용하여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업 성과의 범위를 추정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실제 기업들의 성과가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탁월한 수준인가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탁월한 경영 성과는 일반적인 기업들이 운이 좋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경영 성과의 상당 부분이 전문용어로 표현하면 랜덤(random)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 일러스트= 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첫 반응은 차갑다. 영국의 유력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서평을 통해 이들의 통찰력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엄밀하고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또한 월 스트리트 저널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지른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경영 스타일이 이들이 제시한 위대한 경영 행태와는 모순됨을 지적한다. 스티브 잡스가 혁신에 앞장서지 않고, 또한 겸손한 경영자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처방이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떤 성공 기업의 경영 특성과도 쉽게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위대한 경영의 비밀은 차치하고 경영 성과의 상당 부분이 랜덤하다는 것 정도다. 이는 경영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경영 교육의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경영의 본질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다. 오랜 경영 경험을 가진 스티브 잡스가 자신을 예술가(artist)라고 규정한 것은 단순한 희망은 아닐 것이다. 경영 활동의 핵심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반세기 전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설파한 지속 성장의 두 핵심 요소인 끊임없는 혁신과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근간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 이상을 말하기는 어렵다. 1%의 영감이나 행운은 99%의 노력으로 스스로를 돕는 자에게 주어지는 덤일지도 모른다.
경영을 과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경영 교육도 변해야 한다. 전통적인 MBA 교육은 짧은 기간에 실무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뛰어난 경영 자질을 함양하기에는 부족하다. 크게 두 가지를 새롭게 고려할 수 있다. 첫째는 역사적 지식의 함양이다. 경제와 산업, 그리고 기업에 대한 역사적 식견이 통찰력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의 함양이다. 이는 경영이 결국 사람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구성원도 사람이고, 고객도 사람이며, 경쟁 또는 협력 기업도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혁신 능력과 소통 및 동기 유발 능력은 모두 인간의 본질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조직경영에 있어 인본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실행하지 못하는 CEO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다. 내부 직원의 인본중심의 경영이 바로 기본이다. 내부에서 서서히 분출되는 조식의 힘을 외부까지 확산되도록 한다.
과거는 무관심과 이해가 통용되었지만 현실은 아니다.내부 직원의 예술적 경영이야마로 장기적으로 가는 기업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