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 ‘호모 엠파티쿠스’
호모사피엔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다른 생물과는 달리 사고(思考)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즉, ‘생각하는 인간’,‘사고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뜻이다.
라틴어로 호모(Homo)는 ‘인간’을, ‘사피엔스(sapiens)’는 ‘생각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말로 호모하빌리스 (Home habil is, 능력을 가진 인간), 호모루덴스 (Homo ludens,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 호모파베르 (Homo faber,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등의 말도 있다.
최근에는 ‘호모 엠파티쿠스(공감하는 인간)’라는 말이 주목을 받는다.
이 말은 극심한 경쟁시대에 모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로 치닫는 현실에서 새로운 대안과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틴어 엠파티쿠스(empathicus)는 ‘공감한다’라는 뜻이다.
‘호모 엠파티쿠스’는 ‘타인과 공감하는 인간’,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본능적인 능력이 있다.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느끼기까지 한다.
이러한 감정적 상태를 우리는 ‘공감(共感)한다’라고 한다.
이처럼 ‘공감’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고통만을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도 공감한다.
“다른 사람의 곤경 또는 기쁨에 대한 총체적 반응으로 인식하는 경향”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공감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강한 유대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를 주창했다. 인간의 본성은 ‘공감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공감을 과학계에서는 개체와 집단이 생존하기 위해 유리하게 진화하는 능력으로 본다.
관계 맺기를 통해 위험을 회피하고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
공감 능력의 결여는 자폐증, 극단적일 경우 사이코패스를 낳기도 한다.
현대과학은 이러한 공감의 능력이 인간 생래적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리촐라티 교수는 원숭이에게 다양한 동작을 시켜 보았다.
그 동작과 관련된 뇌의 신경세포(뉴런)가 그 동작에 따라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관찰하는 실험을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보기만 하고 있었는데 그 원숭이가 직접 그 행동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응하는 뉴런이 있었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인간의 뇌에는 같은 기능을 하는 더 정교한 신경메커니즘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거울뉴런(거울 신경세포)’이라 부르고 있다.
이 세포 때문에 인간은 스포츠를 보면서 뛰는 선수들과 같은 감동과 맥박을 느낀다.
드라마를 보면서 감정이 이입되어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하게 된다.
군중 심리에 동화되어 개개인의 힘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본성의 이러한 모습은 동양의 고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맹자’에 ‘인개유불인인지심(人皆有不忍人之心)’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불행을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는 뜻이다.
‘불인지심’은 인간으로서 타인의 불행을 차마 보지 못하는 선한 마음이다.
이러한 공감의 기능은 본래 유아기 때부터 발휘되는 것이다.
후천적으로 교육된 내용에 따라 극대화되기도 하고, 그 감각이 떨어져 상실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극심한 경쟁사회의 도래에 따른 결과로 현대사회는 공감의 능력이 많이 고갈되어진 상태이다.
지금은 공감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되었다.
현대를 무한 경쟁의 시대라고 한다.
사회는 일등만 기억한다면서 끝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경쟁만이 지고지선한 선은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볼 때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타인의 기쁨에도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 주는 공감의 정신이 우리의 본성에 부합하는 마음가짐이다.
이와 같은 선한 본성에 따를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
2차 산업혁명의 형태는 화석연료와 속도 위주의 일방적 통신으로 대표되는 일부가 독점하던 시대이다.
현대사회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천연에너지와 쌍방향 통신으로 교류하는 3차 산업혁명에 들어와 있다.
공간을 뛰어넘는 통신기술과 인터넷 망의 비약적인 발전, 각종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매체의 개발로 누구나 원하는 정보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서로의 의견이 공개되어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다.
속도와 공간에 막혀있던 소통의 방법이 열리고 지역과 문화를 함께하는 공감의 개념이 등장했다.
이러한 특성은 철의 장막과 같은 공산주의와 수십 년의 장기독재를 무너뜨리는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일방적인 정보의 제공과 무력에 억압되어 공감의 기능을 상실했던 사람들이 외부적 자극을 통해서 공감의 능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공감의 능력, 즉 함께 나누며 동화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은 소통의 통로가 열리게 되면 공감의 기능이 살아난다.
서로 합력해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사회적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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