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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는 건축과 공예의 명장(名匠)이다. 조카인 탈로스를 제자로 삼았으나 그의 뛰어난 공예 솜씨를 시기해 살해했기 때문에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크레타섬으로 쫓겨가 미궁(迷宮)에 갇히게 된다. 다이달로스는 깃털과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 올라 탈출에 성공했으나 아들 이카루스는 태양 가까이 접근하다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하고 만다.

이카루스 신화는 자만하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하지만 숨겨진 부분이 있다. 이카루스의 아버지는 너무 낮게 날면 날개가 물에 젖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는 것.

'보랏빛 소가 온다' 등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경영 구루(Guru) 세스 고딘은 신작 '이카루스 이야기(원제 The Icarus Deception·이카루스의 거짓말)'를 통해 "두려워하지 말고 높이 날아보라"고 권한다. 그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지나친 겸손보다는 차라리 자만이 낫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이달로스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장인이지만 이카루스는 그 꿈을 경험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세스 고딘이 '이카루스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창조적인 사람, 즉 '아티스트'가 되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아티스트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칙과 정해진 프레임(틀)을 깨는 사람이다.

저자는 양식장의 정육면체 그물망에 얽힌 해초가 해류의 흐름을 막아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것을 보고 그물을 원통형으로 바꿔 물고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해초만 제거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로 양식업을 되살린 21세의 청년 산 페르산드, 연어 산란과정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상원의원과 언론 심지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 100여 년 역사의 엘화강 댐을 무너뜨린 브루스 베빗 클린턴 행정부 당시 내무장관 등을 아티스트의 예로 들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아트'다. 저자는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선입견 없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고, 남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최초로 시도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제품을 생산해 부를 쌓던 산업사회가 저물고 이제는 '연결'과 '관계'라는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연결경제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연결경제의 기반이라고 설명한다. 이 시대에는 기존 질서에 맞서는 창조적인 아티스트가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대다수 사람들이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못하고 '산업경제의 안락지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꼬집으며 '새로운 안전지대'로 이동하라고 주문한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창조경제'이다. 비단 경제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창조'가 접두사로 붙는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콘텐츠와 아이디어다. 새 정부도 해리포터 시리즈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창조경제의 본보기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창조경제는 시작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창조경제는 혁신을 기반으로 한다. 안타깝게도 '제 2 새마을운동'이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은 시간을 다시 1970년대로 돌려 놓은 것 같다. 혁신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옛 인물들이 다시 현 정부에서 부상하다 보니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만하다. 특히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들은 앞다퉈 성과를 내기 위해 기존의 업무나 영역에 창조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는 가 하면 때로는 보여주기식 캠페인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연결경제시대'에 말로는 혁신을 부르짖으면서 아직도 '산업경제의 안락지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만도 문제지만 지나친 겸손도 문제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건 겸손과 상명하복, 획일성을 강요하는 폐쇄된 문화에서 벗어나 개방된 사고, 과감한 도전과 실패를 포용할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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