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새로운 전망은 한 마디로 ‘사물인터넷이 자본주의를 이긴다’로 요약할 수 있다. 1대99의 ‘양극화’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묵시록에 더 익숙한 이들에겐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지라도 제러미 레프킨은 사물인터넷의 혁명이 자본주의를 이기고 ‘협력적 공유사회’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번역 출간된 그의 신작 ‘한계비용제로사회’(안진환 옮김, 민음사)는 미래사회에 대한 희망과 복음으로 가득차 있다.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거나 “자본주의 시스템의 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그 운용 논리적 가정의 극적인 성공”이라는 제러미 리프킨의 문장은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거나 “자본주의는 태내에서 스스로를 절멸시킬 새로운 사회의 맹아를 키운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수사나 주장을 연상시키지만, ‘한계비용제로사회’는 마르크스의 핏빛 결론 대신 현재의 정보기술사회에 대한 찬사와 미래에 대한 장미빛 전망을 내놓는다.

제러미 리프킨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기업간 경쟁, 기술혁신의 격화로 극단적으로 높아진 생산성이 한계비용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한계비용이란 한 단위의 생산품을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을 뜻하는 것으로, 한계비용제로는 결국 상품의 가격을 거의 공짜로 만드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자본주의의 생명소라 할 수 있는 ‘이윤’이 고갈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계비용제로와 상품가격무료, 이윤의 고갈을 등치시키거나 상호 전환가능한 것으로 보는 이론은 충분한 근거가 결여됐지만, 제러미 리프킨은 논리적 분석 대신 정보화 사회의 다양한 공유(무료) 콘텐츠나 재생에너지, 프로슈머(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 등의 예를 든다.

그리고 이 모든 복음을 가능하게 한 ‘메시아’는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에너지 인터넷, 물류인터넷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이 ‘열역학적 효율성’과 ‘생산성’을 최적화함으로써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까지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요약된다.

“극도의 생산성이 주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연결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빠르게 재화와 서비스가 거의 무료 수준인 시대로 이동하고 그와 더불어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며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인 모델로 자리잡는다는 사실”

그가 말하는 협력적 공유사회란 시장화되지 않은 사회적 자본이나 공공 자본, 비영리 영역의 관리 조직이나 자치단체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협력적 공유사회는 사물인터넷, 정보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사회적 자본을 생성ㆍ공유ㆍ관리하며, 구성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둔다.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형태의 사회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와 동력자원(에너지), 물류 매커니즘 등 3요소에 의해 성격이 규정된다는 발상이나, 현대 사회에선 사물인터넷이 그 세 요소의 핵심적 고리가 된다는 통찰은 돋보이지만, 개념과 분석을대체한 미래의 청사진에 대한 격정과 흥분, 특히 사물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찬미가 전반적인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분석’보다는 선언, 학술서라기 보다는 에세이가 가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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