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하는 박인비와 캐디 브래드 비처(AP=연합뉴스 DB) '9년간 호흡' 브래드 비처 "인비, 말할 필요 없이 최고"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세계 최고의 골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 중 하나는 캐디 브래드 비처(32·호주)다.
비처는 박인비가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이던 2007년부터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지금까지 9년간 그녀의 캐디가방을 들고 함께 전 세계를 누빈다.
박인비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고 LPGA 투어의 4개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르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대기록을 달성한 것은 비처와의 찰떡궁합 덕분이기도 하다.
비처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가 끝난 후 "인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정상 골퍼의 캐디인 만큼, 당신도 세계 최고의 캐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비처는 "나 스스로 '넘버 원' 캐디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인비가 잘해서 내가 '넘버 원'이 된 것"이라고 박인비에게 공을 돌렸다.
박인비도 이 대회 개막 전 미디어 인터뷰에서 캐디를 향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박인비는 "비처와는 처음부터 마음과 스타일이 잘 맞았다"며 "항상 저에게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며 믿음을 줬다. 그래서 지금까지 함께 왔다"고 말했다.
비처는 "9년간 캐디를 해서 박인비를 너무나 잘 안다"며 "인비의 감정과 생각을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 중에는 특별히 박인비에게 격려의 말을 하기보다는 코스 등에 대한 박인비의 질문에 대답만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인비와 캐디 브래드 비처(연합뉴스 DB, 휠라코리아 제공사진) 경기 전에는 코스를 먼저 돌아보고 핀 위치나 바람의 방향 등을 파악해 '몇 번 홀에서는 맞바람이 분다' 등의 경기 정보를 알려주는 편이다.
경기 후에는 박인비에게 "잘했다"는 말만 해주고, 기술적인 조언이나 지도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다. 박인비의 남편인 남기협씨가 박인비에게 필요한 모든 조언을 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비처는 "남기협씨와도 느낌으로 잘 통하는 사이"라며 "남기협씨가 경기에서 아쉬운 점을 물을 때 '몇 번 홀 세컨드샷' 정도로만 답하면 서로 다 알아듣는다"고 전했다.
2006년까지 정일미의 캐디였던 비처는 2007년 박인비가 캐디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연을 맺게 됐다.
초창기부터 비처는 박인비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클럽하우스에서 박인비가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다가 연습장에 가져다주는 등 세심한 배려로 동반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딱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안 바꾸는 스타일"이라는 박인비가 지금까지 비처와 한솥밥을 먹는 이유다.
가까이서 본 박인비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비처는 "정신력과 기술 등을 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넘버 원'을 외쳤다.
박인비는 오는 12일까지 한국에서 머물다가 미국으로 건너가고, 한국시간으로 오는 2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위민스 오픈에 출전한다.
10일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비처도 재충전을 하고 바로 캐나다로 날아가 박인비와 다시 호흡을 맞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