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메이저 석권한 '수학영재' 전인지 뒤엔… 박원 스승의 '4년간의 코칭' 있었다]

KLPGA '평균 퍼트' 1위 - 퍼팅라인 읽고 어드레스 후

퍼팅까지 걸리는 시간 23초… 군더더기 없애니 쏙·쏙~

오늘 에비앙챔피언십 개막 - 올 마지막 메이저 우승 도전

"골프가 어려운 게 어떤 대회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좋은 스윙을 했어도 다음에는 저도 모르게 달라진다는 거예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미세한 문제 때문에 헝클어지기 시작하고 대회 중에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고요. 문제는 그게 스윙 메커니즘 때문인지, 심리적인 이유에서 오는 것인지도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거죠."

올 시즌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 3개국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전인지(21)에게 '프로골퍼는 왜 레슨을 받고, 무엇을 배우는지' 물어보자 진지한 대답이 이어졌다. 얼마 전 경기도 성남에 있는 남서울컨트리클럽 제2골프연습장에서 전인지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러 갔을 때 그를 4년 넘게 가르쳐온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은 빙그레 웃었다. 박 원장은 "전인지는 고집이 센 편"이라고 했다. "완전히 납득하기 전까지는 잘 안 받아들이죠. 그렇지만 그래서 오히려 가르치기 쉬운 편이에요. 논리적으로 맞다 싶으면 의심 없이 100% 전력투구하거든요."

전인지가 성남 남서울컨트리클럽 제2연습장에서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으로부터 스윙 레슨을 받고 있다. /김지호 기자

올 시즌 전인지가 가장 좋아진 부분은 퍼팅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평균 퍼트 수 29.8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13년 45위(31.02), 2014년 36위(30.73)였던 것을 생각하면 뚜렷한 상승세다. US여자오픈 우승의 원동력도 까다로운 그린에서 마지막 날 퍼트 수가 27개였던 덕분이다. 전인지가 퍼팅에 대한 절실함이 생긴 건 올해 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4개 대회에 출전했을 때였다. "그때 샷이 워낙 좋았어요. 많은 버디 기회를 만들었는데, 확실하다 싶은 버디 퍼트를 놓친 것만 서른 개가 넘었어요." 박 원장은 "퍼팅을 시작할 때 불필요하게 미세한 손 움직임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2년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스스로 절실해지니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박 원장과 전인지가 새롭게 가다듬은 동작은 주말 골퍼도 처음 배울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내용일 것이다. 손과 손목의 잔 동작을 없애고 어깨와 팔, 손이 시계추와 같이 움직이며 정확하게 스트로크를 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컨트롤을 전혀 안 하는 게 최고의 컨트롤'이라는 말이 있다"며 "더 큰 근육을 사용하고 동작을 단순화해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3초. 전인지가 퍼팅 라인을 읽고 어드레스에 들어가서 퍼팅하기까지 걸리는 모든 동작을 군더더기 없이 하면 딱 23초가 걸린다고 한다. 전인지는 "US여자오픈 2라운드까지 버디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원장님과 다시 퍼팅 루틴을 점검해보니 2~3초 정도 머뭇거리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릴 적 '수학 영재' 출신인 전인지와,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환경정책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는 엉뚱하게 취미로 즐기던 골프를 직업으로 택한 박원 원장은 비슷한 성향이어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전인지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골프를 칠 때마다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자는 좋은 생각을 갖게 된 게 원장님과 만나서 4년간 노력한 덕분이었어요. 이렇게 배운 걸 다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을 때까지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전인지는 10일 오후 3시 29분(한국 시각) 프랑스 에비앙 르뱅 에비앙마스터스골프장(파71)에서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를 시작한다. '수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세계 랭킹 1위 박인비(27)는 10일 오후 3시 40분 세계 2위 리디아 고(18), 3위 스테이시 루이스(30·미국)와 함께 첫 티샷을 날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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