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이란?

                       

주역은 유교의 '5경'에 들어가는 고전입니다.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를 합쳐서 5경이라 하며, 그중 역경은 주역을 가리킵니다. 5경이라 할 때, 경(經)이란 본래 베짤 때 세로로 걸어 놓는 날줄을 말하는데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를 적은 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역은 '주나라의 역'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주나라 이전의 하나라와 은나라에도 역이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주나라는 기원전 11세기에 들어선 나라인데, <사기>에 기록된 중국의 역사는 그보다 수천 년을 더 올라갑니다. 주나라 바로 앞 왕조가 은나라이고, 은나라 앞이 하나라입니다. 하나라의 역을 '연산'이라 하고 은나라의 역을 '귀장'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온전하게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연산역은 산을 상징하는 간괘로 시작하고 귀장역은 땅·여자를 상징하는 곤괘로 시작하는 반면, 주역은 하늘·남자를 상징하는 건괘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주역이 부권 사회에 들어와서 탄생했음을 보여 준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보는 주역의 내용을 어느 시기에, 누가 만들었는지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역은 5경 중에서도 가장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역림 삼천'이라고 할 만큼 주역 하나에 대하여 수천 명의 쟁쟁한 역대 학자들이 연구 해설서를 내놓았고, 그만큼 다양한 해석을 끌어낼 수 있는 문제의 책입니다.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 끊어질 만큼 공자가 애독하였던 책도 바로 주역이었고, 거기에서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고사 성어도 나왔습니다. 물론 당시의 책은 종이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글이 적힌 대나무나 나무 조각을 묶어 놓은 것입니다.

주역에 대한 연구가 역대로 이처럼 많기 때문에 여기서 주역의 구체적 내용을 다룰 수는 없습니다. 자칫하면 역이라는 울창한 숲 속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괘에 대한 해석만을 놓고 이야기하더라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역의 내용은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유와 은유, 암호 같은 말로 되어 잇고, 그 때문에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주역을 사서 읽더라도 다른 책을 읽었을 때처럼 그 책에 어떤 내용이 쓰여 있더라 하고 말하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주역의 '계사전'에는 점을 치는 원리와 해석 방법에 대한 원리적 설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역을 이용하려면 먼저 계사전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사전은 주역의 사상과 이용 원리를 해설한 보충 설명입니다. 그러나 계사전에도 충분한 설명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계사전에 대한 해석에 따라 역을 운용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점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계사전은 공자가 지었다고 전통적으로 주장하지만 지금 학자들은 전국 시대에 그 대부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봅니다. 또 중국 고대의 문헌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중에 끼어든 대목이나 순서가 뒤바뀐 부분들이 있다는 문헌학적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계사전의 중심 사상이 공자의 사상이라는 주장을 뒤집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계사전의 내용도 해석에서 일치를 볼 수 없는 요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주역이라는 거대한 숲을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그 의의를 정리하는 데서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역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경문'이고 또 하나는 '역전'입니다. 경문은 일찍 만들어진 내용이고, 역전은 경문에 대한 해설로 뒤에 만들어졌습니다. 역전은 '10익'이라고 하는데, 10익은 글자 그대로 '열 개의 날개'이므로 주역을 보조하는 해설이라는 뜻입니다. 주역의 형성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복희씨가 처음 8괘를 그렸고 신농씨가 64괘로 나누었다. 주나라 문왕이 비로소 괘를 풀이하는 말을 붙여 역이란 이름이 생겼고, 그 후 문왕의 아들 주공이 '효사'를 지어 일단 완성되었다. 공자가 다시 10억 - '단전'상·하, '상전'상·하, '계사전'상·하, '문언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 을 지어 보충 설명하였다.

그러나 복희씨나 신농씨가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10익에는 전국 시대 후기나 진한 시대의 사상과 연관된 내용들이 들어 있어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대체로 주역은 중국 고대의 중요한 정신적 유산으로서,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 정리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주역은 64괘와 각 괘에 대한 해석인 괘사, 각 효에 대한 해석인 효사로 이루어져 잇고, 10익 가운데 문언전, 단전, 상전의 내용은 해당 괘에 포함시켜 편집해서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처럼 따로 독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래는 10익이 따로 있었는데 한나라 때 비(費)씨가 지금처럼 배치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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