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사유체계론 - 노병한 풍경소리

 

 

 

공자는 ‘오십에 지천명(知天命)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천명을 알았다는 것은 자신의 사주팔자를 알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공자는 ‘상갓집의 개’ 같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지만, 그에 비례하여 현실적인 재미를 본 인생은 아니다. 짐작컨대 공자는 이 무렵부터 세 번이나 가죽끈이 끊어질 정도로 주역을 열심히 보기 시작한 것 같다.

한국의 봉급쟁이 시간표에서 보면 50세에 진입하면서부터가 ‘주역’과 ‘음양오행’이라는 양대 과목을 공부하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되는 시기이다. 육체는 시들어 가고, 풍파도 겪어 보았고, 인생살이 무상(無常)하다는 생각만 자꾸 든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때가 책을 잡고 공부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음양오행체계론’은 ‘지천명’을 실감하는 인생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한자문화권에서 20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생명력을 유지해온 거대 담론이 바로 음양오행이다. 서양철학이야 파리의 패션쇼처럼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하지만, 음양오행은 2000년 동안 실전에서 계속 적용되고 응용되어온 세계관이자 경륜이다. 세계관이나 경륜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넓고 깊어야 한다. 단순하면 금방 바닥이 나와서 싫증이 난다.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이쪽을 잡아당기면 저쪽이 나오고, 저쪽을 잡아당기면 그쪽이 연달아 나와야 밑천이 오래가는 법이다. 이 책은 ‘고구마 줄기’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음양오행 사고체계를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유기적인 관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저자는 오행의 목(木)의 관계망을 이렇게 설명한다. 수(水)는 목을 양육하는 유모이고, 화(火)는 목을 기르고 꽃피우는 수족이며, 토(土)는 목을 뿌리 내리게 하는 농부이고, 금(金)은 목을 화장시키고 다듬어서 상품화하는 정원사이자 목수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 관계를 인체의 오장(五臟), 사주팔자, 조직에 적용할 수 있다. 신장은 수이므로 목(간장)을 양육하는 유모가 되고, 비장인 토는 간장을 뿌리 내리게 하는 농부가 된다. 그러므로 하나가 나빠지면 다른 기관도 연달아 타격을 받는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회사조직도 이 오행 원리에 대입할 수 있다.

수(水)의 특성을 예로 들면 수는 겨울이자 북쪽이고 노년을 상징한다. 노년기에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능적인 행동보다는 지능적이고 계략적인 작전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팔자에 수가 많은 사람은 지능과 작전을 많이 쓰는 일에 적합하다. 정치인 중에 DJ, JP, YS가 공교롭게도 모두 수가 많은 겨울 태생이다. 수가 많으면 ‘열(熱) 고(go)’를 하지 않는다. 반대로 화가 많으면 적극적이고 의욕이 많다. 그래서 기업가가 많다. 기업가 정신의 요체를 화로 본 것이다. 도전적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는 화의 작용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기업가 중의 상당수는 화 체질이라고 한다.

음양오행은 ‘시스템(system)적 사고’인 것이다. 이 음양오행은 다시 주역의 선천팔괘(先天八卦)와 후천팔괘(後天八卦)로 연결되고,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로 확대된다. 음양오행이라는 고구마 줄기를 한 바퀴 도는 데 근기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한 바퀴 돌다 보면 다른 사람의 체질과 성격도 대강 눈에 들어오고, 산세(山勢)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감상하는 안목도 생기게 된다. 이러한 용도에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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