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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요즘 한창 '잘나가는' 교수 김정운의 책 《남자의 물건》을 읽으면, ‘여자의 물건’이라면 “목걸이, 반지, 가방, 구두, 화장품 등등 화려하고 다양한 물건”이 떠오르는데, “‘남자의 물건’이라면 기껏 ‘거무튀튀한 그것만 생각난다니”하고 프롤로그에서 적고 있다. 그래서 여자들의 삶은 흥미롭고 이야기 할 것도 많으며, 모이면 끝이 없단다. 한국남자들의 존재의 불안은 할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며, 적을 만들거나 적에 대한 적개심이나 분노표출 등 적을 분명히 하는 방법으로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데, 김정운 교수는 존재확인의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남자의 물건을 이야기 해 보잔다. “인간은 바로 이야기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며, 생각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하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내러티브 전환-narrative turn) “이제부턴 근면, 성실, 고통, 인내 같은 지난 시대의 내러티브와는 구별되는 성공한 삶의 조건이 되는 재미, 행복, 즐거움의 내러티브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간 상호작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표정, 몸짓, 말투로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시각이 55%, 청각이 38% 영향을 미치며, 전달하고 싶은 말의 내용은 고작 7% 에 불과하고 시각과 청각의 비언어적 표현을 읽어내는 0.1초에 지니지 않는다.”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을 갖고 기분 좋은 느낌을 주어야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자신의 삶이 재미있는 사람들만 다른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귀결되므로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겨야 한단다.

 

 그는 또 제1부 ‘남자에게“에서 “서로 만지고 만져지는 ‘터치’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의사소통 행위인데, 현대사회에서 남자들에게 만지고 만져지는 것은 거의 모든 상호작용에서 금지되며, 따라서 신체적 접촉이 사라진 디지털세상에서 손끝의 세밀한 움직임에 반응하는 아이폰, 아이패드에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분석한다. 그런 측면에서 룸살롱, 안마시술소 등에서 터치를 통해 위로 받고자 하며, 터치와 연관된 산업인 배려경제(care economy)가 번창하고 있단다. 어쩌면 이런 ‘터치’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기억할 만한 일들을 자꾸 만들어 인간이 경험하는 ‘현재’의 길이 약 5초를 주관적 경험으로 팽창시키려는 행위”의 일환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차이에 관대해 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뜻한다.”고 하면서 “굵고 짧게 살 것이 아니라 아무리 바빠도 삶의 마디를 자주 만들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내에게 “‘나의 물건’은 뭘까?”라고 물었더니 “종 아니냐?”한다. 해외생활을 하면서 나와 아내는 도자기, 유리, 쇠로된 여러 가지 모양의 종을 150여개(?) 이상 모았고, 그중 60여개는 거실 장식장에 진열해 두고 있는데, 그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나와 아내가 함께 모으기 시작한 ‘티스푼’, ‘시계’, 그리고 혼자 수집했던 '연필과 볼펜'보다 숫자가 조금 많을 뿐, 나나 가족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거나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어서 김정운 교수가 말하는 ‘남자의 물건’으로는 볼 수 없고 단지 한때 관심을 갖고 수집하였던 애장품(?)일뿐이다.

 

 

김 교수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남자의 물건’을 보면, 자신의 만년필(60여개), 시인 김갑수(4.1 모 방송사의 명작스캔들 프로그램에도 출연)의 커피그라인더, 사진작가 윤광준의 모자, 이어령 전 장관의 한국에서 제일 큰 책상, 신영복교수의 벼루(남자의 물건이란 책의 제호도 그의 글씨), 차범근의 계란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사각안경, 김문수의 찢어지지않는 수첩, 유영구 명지대이사장의 고지도와 고서적, 화가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각 수납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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