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하는 마음골프학교에선 수강생들에게 ‘스윙과 샷은 다르다’고 가르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 말뜻을 이해하고 나면 쉽고 재미있게 골프를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윙과 샷은 다르다고 무지하게 강조하면서
수강생들에게 복창을 시킨다.
우리는 보통 원인과 결과가 뒤엉키고, 현상과 본질이 헝클어져 있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어떻게 하나.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으면 나누고 쪼개서 살펴본다.
대부분의 골퍼나 골프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스윙과 샷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거나 뭉뚱그려 이해한다.
그게 그거지 뭐!’ 그런데 그걸 나눠 놓고 보면
골프 레슨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바로 그 지점이 마음골프학교 교육 철학과 방법론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을 치지 않는 행위로서의 빈 스윙과 공을 치는 행위로서의 샷!
그건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골프공을 친다는 목적을 뺀 상태에서의 스윙을 가만히 보자.
참 쉬운 동작이다. 그저 작대기를 빙빙 돌리거나 휘두르는 동작 아닌가?
사람들에게 ‘이게 줄넘기보다 쉬워요, 어려워요?’물어보면 다들 웃는다.
골프채를 들고 시범을 보이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도
그냥 작대기를 들고 휘두르면서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그야 작대기 돌리기가 쉽죠!"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스윙이 일관되고 멋지다면
샷이 잘될 개연성이 커진다는 거. 말 되나? 말이 된다면 답은 뻔하다.
골프에서 샷이 맘껏 안 되고 어렵다는 얘기는
공이 일관되게 날아가 주지 않는다는 얘기일 터인데
그건 스윙이 불안정해 그럴 것이고,
스윙을 안정시키면 샷은 자연히 일관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반론이 있을 수 있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그 단순하고 쉬운 스윙을
어떻게 퀄리티를 높일 것인가라는 문제만 남는다.
한 가지 물어보자. 명절에 떡국을 많이 먹는데
가래떡을 써는 것이 어려운가? 칼자루 쥐여주고 썰라면 다 썬다.
그런데 문제는 한석봉 어머님처럼 써는 건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집중하고 몰입해 계속 써는 것 외에 답이 있나?
아이가 줄넘기를 한다.
처음에는 펄쩍펄쩍 넘지만 1주일만 지나면 땅에서 아슬아슬 뛰면서
제법 숙달된 모습으로 줄넘기를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과외를 받았나? 학원에 다녔나?
그냥 집중과 몰입, 그리고 너무도 단순한 동작에
'무심한 반복의 거룩한(?) 경험’이 있었을 뿐이다.
스윙을 만드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설명이나 모양에 대한
이해나 암기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반복으로 몸에 새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원 웨이로 하지 말고 왕복으로
그네 운동처럼 하면서 궤도를 안정시키는 노력을 하면 된다.
1만 번 하면 100타를 깰 스윙이 되고,
3만 번 하면 보기 플레이,
10만 번 하면 싱글의 스윙이 만들어진다.
레슨이고 뭐고 필요 없다.
게다가 그렇게 하면 스윙의 결과도 줄넘기나 훌라후프와 같아진다.
무슨 얘기냐면 완성된 상태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이 남아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샷의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거니까.
2011년의 화려한 봄을 기대한다면 지금 당장 빈 스윙 연습을 시작하시라.
계백 장군(계속해 100타를 넘게 기록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은 하루 200번,
보기 희망자는 300번, 싱글 도전자는 하루 500번!
빈 스윙만이 살길이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는 일관된 빈 스윙이 마련되었다고
당장 멋진 샷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멋진 샷을 할 수 있는
필요조건의 확보, 개연성이 확보된 것에 불과하다.
멋진 스윙이 멋진 샷이 되기까지는 또 하나의 장애가 가로놓여 있다.
마음골프학교에서는 그걸 ‘멘털의 강’
혹은 ‘마음의 심연’을 건넌다고 표현한다.
빈 스윙에 이어 골프공을 치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골프공은 요물이면서 ‘이제 멘털의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걸
알려주는 시그널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스윙이 반복으로 완성되는 육체의 영역이라면
샷은 마음의 영역, 즉 집중과 몰입의 영역이고 명상의 영역이다.
사격하는 자세나 활 쏘는 자세를 흉내 내기는 너무 쉽지만
표적물을 맞히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 아닌가?
스윙과 샷을 구분하고 보면 겨우 골프의 길이 보인다.
마음골프학교(maumgolf.com)에서 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