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용으로 휘감은 사나이의 깨달음
최근 부드러운 스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골퍼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지인의 주선으로 라운드를 함께 하게 된 그 사람은 첫 눈에 골프를 잘 치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지인은 "동네에서 알게 된 후배인데 골프를 정말 쉽게 잘 치더라."며 함께 라운드 할 것을 권유했다.그는 40대 중반으로, 복싱선수처럼 다져진 몸매에 날카로운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모처럼 제대로 된 빅 매치가 이뤄지리란 예감이 들었다.
그는 티샷 차례가 되자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와 잠시 목표지점을 정하고 드라이버 헤드를 목표방향과 스퀘어로 놓는가 싶더니 연습스윙 한번 없이 그대로 들어 올려 슬렁 휘둘렀는데 볼은 멀리 멀리 날아갔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스윙 그 자체였다. 모두들 탄성을 질렀다. 비거리도 일행 중 제일 길었다. 페어웨이에서의 우드 샷이나 아이언 샷 역시 무리 없이 물 흐르듯 이뤄졌다.
첫 홀을 마치고 나서 그가 언더파를 충분히 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골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언더파를 자주 치고 핸디캡을 0으로 놓는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샷은 항상 두 번째 티샷을 하기에 알맞은 장소로 날아갔고 그린을 향한 볼도 퍼팅하기 편한 장소를 찾아갔다. 필자는 겨우겨우 보조를 맞춰 나갈 수 있었다. 그보다 짧은 비거리 때문에 롱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 우드로 버터 냈다.
후반 들어 그의 티샷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OB가 나타나고 세컨드 샷 역시 그린을 비켜나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잦은 실수에 화를 내거나 불쾌해 하지도 않았다. 부드러운 스윙은 변함없었다. 무언지 모르지만 그의 내부에 부정적인 뭉게구름이 피어올랐음이 틀림없으리라. 필자는 잘 버텨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놀란 것은 목욕탕에서였다. 탈의실에서 본 그의 등을 웅장한 용이 휘감고 있었다. 그는 남이 볼세라 문신이 새겨진 등에 큰 타월을 덮고는 샤워장에 들어가 가볍게 샤워를 하고는 욕탕에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나와 옷을 챙겨 입었다. 문신을 한 사람의 욕탕 출입을 금지하는 표시를 한 곳도 있지만 그런 표시가 없어도 그는 남들이 불편해 할까봐 일부러 욕탕에 들어가지 않는 눈치였다.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면서 "골프가 제 인생을 바꾸어놓았습니다."며 입을 연 그는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이 지역의 주먹으로 유명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골프를 배웠는데 주먹 쓰듯 골프를 하려니 도저히 안 되더란다. 한 1년 고생하고 나서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골프에서 부드러움을 이기는 비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터였다고 실토했다. 골프에서 부드러움의 위력을 확인한 그는 힘의 주먹세계에서도 과감히 발을 빼고 예전의 빚을 갚는 생활로 전환했다고 털어놨다. "골프가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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