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적 경청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어떤 분의 얘기대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관심없는 분야이거나, 타인의 이야기를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어떤 분의 의견에 따르면, 생물학적인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분당 150단어 정도를 말할 수 있는데, 들을 수 있는 단어는 500단어 정도 된다네요. 그래서 350단어 정도 더 들을 수 있는데, 입력되는 단어는 150단어이기 때문에 나머지 여유를 다른데 쓴다고 합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들입니다.
저의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보통 경청을 잘 하는 사람과 경청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을 구분할 때 어떻게 할까요?
간단합니다.
말이 많은 사람은 경청을 하지 않는 사람이고,
말이 거의 없이 남의 얘기를 듣기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경청을 잘 하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그림으로 나타내보면, 귀로 듣는 경청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경청하고 있다는 표시를 내는 것 (눈을 마주치고,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고객를 끄덕이고) 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
즉, MBTI 성격유형으로 구분해볼 때,
외향형의 사람은 경청하기 보다는 말이 많은 사람,
내향형의 사람은 말하기 보다는 남의 얘기를 듣는, 경청을 잘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죠.
그런데, 아이러니한게 한가지 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은 누가 맞고, 틀린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라고 하면서, 꼭 주제가 이런식으로 나오면 "100마디 말을 하는 것 보다 남의 얘기를 한번 들어주는 경청이 중요하다." 라는 식으로 만들어 가는지.....
결국 이렇게 논리를 전개하면, 마치 외향형의 사람은 인간이 덜 된, 남의 얘기를 아예 경청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려는 나쁜 인간상으로 묘사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저는 경청이 귀로 듣고 내가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겉으로 표시하는 것 보다, 마음으로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상대방 그 사람 자체에 내가 관심이 있거나, 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에 내가 관심이 있어야 경청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고, 마음에 없이 겉으로만 귀를 기울이고, 입으로 "맞죠, 맞죠~~~!!!" 맞장구 치는 것은 누구나 알듯이 가식이지 경청이 아닙니다.
첫째, 가만히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고 경청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외향형의 사람은 말을 하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유형입니다. 그런데 내향형의 사람은 섣불리 입밖으로 무엇을 얘기하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완벽히 정리가 되어야 말을 통해서 전달하는 유형입니다.
어떤 사람이 말을 많이 한다거나, 어떤 사람이 말이 없이 가만히 남의 말을 잘 듣다는 식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대화형태를 보고 경청을 한다, 경청을 하지 않는다로 판단할 수 는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좋아하지 않는 TV 채널은 돌려버린다.
저는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주로 그런 채널의 방송을 많이 봅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유치한 내용의 방송이 나오면 주저없이 TV 채널을 돌립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습니까?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수 없이 많은 TV 채널이 있는데, 자기가 보고싶어 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나오는데도 억지로 그 방송을 보는 사람이 있나요? 가족간에 리모컨을 두고 다투는 경우는 여기서 제외하죠~~^^*
사람들간에 대화도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을 하고 있는 입장이면 TV 방송국이고, 듣는 사람은 시청자입니다. 시청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기 방송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겁니다.
상대가 나의 말에 경청하게 하려면 상대가 흥미있어 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세요. 경청이라는 주제를 얘기할 때는 듣는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시선을 돌려보세요.
초등학교 조회시간에 교장 선생님이 "에~~ 끝으로, 에~~ 끝으로~~~" 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졸고 있거나 딴짓을 하고 있다면 이것은 학생들의 경청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교장 선생님의 전달의 문제입니다.
셋째,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공감한다고 얘기하지 마라.
흔히 심리상담사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공감적 경청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떤 심리학 관련 워크샵에서 20대 중반에 심리학 대학원을 졸업한 젊고, 미혼인 아가씨에게 무슨일을 하냐고 물어보았더니 [부부 상담] 전문이라고 하더군요. 또 어떤 다른 아가씨는 [청소년 상담] 이 전문이라고 하더군요.
내담자들이 이 두사람의 심리상담사에게 상담을 의뢰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얘기할 때 당연히 이 두사람의 심리상담사는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데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은 내담자와 eye-contact 을 유지하면서", "입으로는 음~~음~~, 그렇군요~~!!!" 를 연발하면서, 가끔씩 "그랬군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어요?" 라고 맞장구도 쳐주면서 "내가 공감적 경청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는 표시를 내겠죠.
서편제라는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이 스승으로부터 자신의 목소리에 "한이 없다" 라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 "한을 표현할까?"라고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이 스스로 맹인이 되는 길을 선택한 후 그 한을 노래에 담아내니 스승의 인정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공감적 경청은 자신이 같은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힘들지 않을까요? 다른 생각을 가진 분도 계시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에 대한 상담이 들어오면 자신이 없습니다. 괜히 내담자의 얘기에 별로 공감도 안돼는데 가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이 싫습니다.
제가 성격유형이 T형 (사고형)이라서 공감이 부족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이런 말을 하시는 분들은 정말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콘서트에서 "네가지"란 프로그램에서 촌놈 역할을 하는 [양상국]처럼 한번 말해볼까요? ㅎㅎㅎ
"촌에서는 닭잡아서 삶아서 먹는다고 생각하지마 !!! 우리도 프라이드 치킨 배달시켜서 먹는다구~~~!!!"
"사고형은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마 !!! 우리도 영화보면서 눈물흘린다구~~~!!! 단, 유치한 영화는 빼구~~~!!!"
우리가 공감적 경청이 어려운 이유, 아시겠죠?
1. 성격에 따른 본성적인 차이.
->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vs.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
2. 듣는 사람의 경청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전달의 문제.
-> 듣는 사람이 관심없는 주제를 자꾸 얘기하면 경청하기 싫어진다.
3. 경험해보지도 않은 내용에 대해 공감하는 척~~하는 가식적 행동.
-> 곧 들통남.
공감하지도 않는 내용을 공감하는 척~~~하려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